“학점제 취지 살리려면 선택과목에 절대평가 적용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31일, 오전 10:55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고교학점제가 취지대로 정착하려면 학생들이 적성·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민(사진) 국가교육위원회 고교교육특별위원(경기 이현고 교사)은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를 적용하면서 고교학점제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적성·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점수 잘 받는 과목’이 선택 기준이 되고 있어서다.

이 위원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로 전환하면서 학생들은 내신 유불리와 수강 인원 등을 따져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그 결과 과목 쏠림과 선택의 왜곡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는 선택과목 평가 체계를 절대평가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고1 학생들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적성·진로에 따라 교과목을 선택·이수한 뒤 192학점이 쌓이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점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권고에 따라 공통과목은 ‘3분의 2 이상 출석’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이수할 수 있다. 반면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채우면 학점 이수가 가능하다.

문제는 미이수가 곧 ‘졸업 불가’가 되면서 나타나고 있다. 미이수를 막기 위해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최성보)를 시행하다보니 교사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 이 위원은 “우리나라 고교는 현실적으로 의무교육의 연장선에 놓여 있어 이수 기준 미달을 이유로 학생의 졸업을 막기 어렵다”며 “결국 학교는 어떻게든 학생이 미이수가 되지 않도록 이수로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습 개선을 위해 최성보를 시행하는 게 아니라 이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최성보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선 평가 기준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등의 학점 퍼주기를 우려하고 있다.

이 위원은 “교실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 중학교 단계에서 이미 성취가 누적되지 못한 학생,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 등 다양한 상황이 존재한다”며 “이런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학업성취율 40%를 요구하는 게 실제 학습 향상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최성보 부담 완화를 위해 온라인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온라인 보충 과정’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시도교육청별로 운영 중인 온라인 학교를 통해 보충 지도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 위원은 이런 조치에 대해 “온라인 콘텐츠나 온라인 학교 등을 통해 미이수 학생이 추가로 이수할 경로를 제도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출결·이수 처리 등 새로운 관리 업무가 추가돼 행정 처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 위원은 “자칫 온라인으로 수업을 메우면 대면 수업이 축소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학생 수 중심으로 교원을 배치하면 소규모 학교에서는 다 과목 지도가 구조적으로 불가피해지고 결국 안정적인 대면 수업 운영이 어려워 진다”고 했다. 학생 수가 아니라 개설 과목 수를 기준으로 교사 정원을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온라인을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로 설계해 개설 가능한 과목은 공동수업이나 순회 교사 등으로 대면 수업을 먼저 확대하고 온라인은 불가피할 때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분량 감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세특’으로 불리는 해당 항목은 대입에 반영되는 탓에 분량이 적으면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받기 십상이다. 교원단체들은 공통과목뿐만 아니라 선택과목까지 세특 분량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은 “교사는 질 높은 세특 항목을 기록하기 위해 더 많은 수업 활동과 수행평가를 설계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에겐 그만큼 과제와 수행평가 부담이 누적된다”며 “이는 결국 학생들의 수행평가 부담과 피로도가 급증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택과목 세특 기재 분량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대책이 신속히 논의돼야 한다”며 “만약 개선 방안이 뒤늦게 발표되면 작년에 불거진 공통과목 세특 논란처럼 학교 현장은 또다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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