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5.12.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식을 저가에 매매한 '가장행위'를 판단하려면 거래 사유와 매매대금이 어떤 경위로 산출됐는지에 대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A 씨 등 4명이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자산가로 추정되는 원고 측 할아버지가 2015년 11월 말 사망하며 불거졌다.
고인은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에너지 개발회사를 운영하다가 사망 한 달 전인 2015년 10월 조세피난처인 세이셸공화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사망 전날에는 회사 주식을 주당 1달러로 환산해 페이퍼컴퍼니에 3억 4000만 원에 매도했다.고인은 당시 1300억 원 상당의 비상장법인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사망하자 A 씨 등은 에너지 회사 매각대금과 비상장법인 주식 등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1000억 원 상당의 산출세액을 신고했다. 산출세액은 최종 공제 전 세금을 확정하기 위한 기초 금액이다.
신고를 접수한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해 에너지 회사 매매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가장된 거래'라고 판단했다. 이에 3억 4000만 원에 매도된주식의 본래 가치를 280억 원 상당이라고 판단해 상속재산에 포함했다.
또 비상장법인 주식의 성공불융자금 채무가 확정됐다고 보고 일부 감액해 총 790억 원대 상속세를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A 씨 등은 조세심판원에 처분 취소를 요구했지만 기각됐다.
성공불융자금이란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등과 같이 실패가능성이 높고 위험도가 큰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실패하면 상환을 면제해주고 성공하면 추가 부담금을 징수하는 제도다.
이후 감사원은 2022년 초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비상장법인 주식의 융자금 채무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로 인해 상속재산 규모가 커져 당국은 1090억 원대 세금을 납부하라고 최종 고지했고, A 씨 등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쟁점은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주식 매도를 가장 매매로 볼 수 있을지, 비상장법인 채무를 상속재산에 포함할지다.
1·2심은 800억 원 상당의 과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고인의 인지능력이 에너지 회사 매각 계약 체결일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데다 A 씨 등도 회사를 직접 소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사실상 가장매매가 아니라는 취지다.반면 비상장법인 채무는 확정되지 않아 상속 범위에 든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말레이시아 회사 주식 거래에 대한 원심 판결을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비상장법인 채무 부분은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페이퍼컴퍼니가 주식 매매 계약일로부터 불과 한 달 전 단 1달러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는데도 하급심에서 회사 주식 취득 경위와 자금 조달 방식 등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대법 판단이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서상 에너지 회사 주식 가액이 1주당 1달러로 정해진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므로 가액이 현저히 저가라는 점에 관해 피고가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을 게 아니라 어떤 경위와 기준에 따라 산출된 것인지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가장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 주장을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하면서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국세청이 가장매매라고 주장하면서 충분히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직권으로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판례는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해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수 있음에도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석명을 구하거나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지 않고 판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정한다.
ausur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