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역 일대 저류조 설치 계획안.(자료=서울시 제공)
도시는 도로와 건물 등 불투수면으로 덮여 있어 폭우와 폭염에 취약하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채 지면을 빠르게 흘러 침수 위험이 커지고 비가 그친 뒤에도 토양과 식생의 증발산 작용이 없어 열기를 식히지 못한다. 도로와 건물은 낮 동안 열을 흡수해 폭염을 심화하고 밤에는 그 열을 방출해 열대야를 유발한다. 이처럼 도시는 물은 흘려보내고 열은 붙잡는 구조로 기후위기에 점점 더 취약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도시를 회복력 있는 공간으로 바꾸려면 침수와 폭염에 대응하는 적응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침수에는 저류시설이, 폭염에는 녹화와 열 저감 시설이 효과적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심도 빗물터널도 저류시설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으나 막대한 예산과 긴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도시 전역에 분산 설치할 수 있는 친환경 빗물관리 시설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폭염 대응을 위해서는 도시숲, 그늘막, 옥상·벽면녹화, 쿨링 포그, 도로 살수 등 다양한 열 저감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은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도시의 생존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다.
기후 적응시설의 효과는 다양한 실측 자료와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빗물 저류시설은 유출량을 줄여 침수 위험을 낮추고 폭염 대응시설은 공기와 지면 온도를 낮춰 시민의 열쾌적성을 높인다. 특히 식생 기반 시설은 기상 변화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며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후 적응시설 설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의 편익에 비해 민간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기후 적응시설은 도시 전체의 위험을 줄이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지만 설치와 유지관리의 책임은 대부분 민간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다. 인허가 절차의 불확실성, 유지관리 책임,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 민원 및 안전 문제 등은 민간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모든 비용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민간의 부담을 덜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최근 서울시가 추진한 공공기여 제도 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공공기여 제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개발이익의 일부를 기후 적응시설 설치에 투입하면 민간의 부담을 줄이면서 공공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제도의 설계와 운영을 정교하게 조정하면 민간의 수용성과 참여도 더욱 높일 수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정비사업에서는 공공기여 방식으로 약 12만t 규모의 저류시설을 설치하고 조합이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 이는 개발이익을 활용해 도심 침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공공기여 제도가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인센티브 설계와 함께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늘벗공원에는 빗물펌프장 설치가 계획됐으나 통학 안전, 소음, 악취 등에 대한 우려로 주민 반발이 일며 추진이 무산됐다. 이 사례는 기후 적응시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타당성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과 공감대 형성이 병행돼야 함을 보여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 행정, 지역사회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고 제도적 기반을 공동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