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열풍…연초 특수도 옛말 '위기의 헬스장'

사회

뉴스1,

2026년 2월 02일, 오전 06:00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2025.6.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새해 목표를 '다이어트'로 잡은 40대 남성 A 씨는 헬스장 등록을 고민하다 지난달 비만약 '마운자로'를 처방받았다. 시간과 힘을 들이기보다는 약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체중을 감량하기로 한 것이다. A 씨는 "마운자로에 돈을 좀 들이더라도 헬스장에 갈 시간과 노력보다는 나을 것 같다"며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노 모 씨(21·남)의 올해 목표도 다이어트다. 지난해 체중이 15㎏ 가까이 불어난 그는 헬스장부터 등록하기보다 '위고비'를 먼저 처방받았다. 노 씨는 "운동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으면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비만약은 비교적 편하게 처방받을 수 있어 우선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이용해 체중 감량을 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새해 들어 헬스장을 찾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불황과 러닝 유행 등으로 이미 업황이 꺾인 상황에서 '비만약 열풍'까지 겹치며 헬스장들이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헬스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너 송 모 씨는 "연초에는 퍼스널 트레이닝(PT)뿐만 아니라 이용권 구매도 늘어나는 편인데 올해는 작년 대비 체감상 30% 정도 신규 회원이 줄어들었다"면서 "'비만약을 맞으면서 운동한다'는 회원님들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헬스장 관장 B 씨도 "예전에 비해 헬스 인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비만 치료제 대비 PT가 비싸다고 느끼는 회원분들도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1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헬스장 폐업 또한 증가세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체력단련장업 업장은 553곳으로 집계됐다.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였던 2024년(567곳)에 이어 높은 수준의 폐업이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영업 제한이 잇따랐던 2020년(431곳), 2021년(403곳)보다도 크게 늘었다.

반면 비만치료제 처방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약 처방 점검 건수는 지난해 11월 16만 8677건으로 집계됐다. 마운자로가 출시된 같은 해 8월(6만 6793건)과 비교해 10만 1884건(152.5%)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만약을 이용하더라도 운동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체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식사량 감소와 함께 근육량이 동반 감소할 수 있고, 이를 방치하면 기초대사량 저하나 요요, 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개월 동안 위고비를 사용해 운동 없이 10㎏를 감량한 박 모 씨(26·남)는 최근 감량 이전 몸무게와 3㎏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씨는 "운동 없이 살이 많이 빠져서 효과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비만학회장)는 "비만 치료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약을 사용하면서도 반드시 식생활 개선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운동량과 식단은 바꾸지 않으면서 약의 효과로 먹는 양만 줄이게 되면 빈혈이나 근감소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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