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향우 기획예산처 사회예산심의관
정향우 기획예산처 사회예산심의관은 주위에서 ‘자격증 수집가’로 불린다. 숲해설가, 한식조리기능사, 산업보안관리사, 공인중개사, 축산기능사, 비서자격증, 심지어 경비행기조종면허까지. 그가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만 40여 종에 이른다. 그의 목표는 ‘100세 시대, 100개 자격증 완주’다. 정 심의관을 만나 인터뷰했다.
◇ “운전면허 이후 첫 자격증, 숲해설가로 시작”…취미에서 출발한 배움
정 심의관의 자격증 여정은 의외로 ‘취미’에서 출발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숲해설가 교육과정이 처음 개설됐다. 어린 시절 충북 산골에서 자란 그는 곧바로 수강신청을 했다.
“나무와 꽃, 곤충과 산새를 공부하며 6개월 만에 숲해설가 자격증을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운전면허 이후 첫 국가자격증이었죠. 그때부터 자격증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 후 그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강변을 달리는 모터보트를 보고 ‘동력수상레저조종면허’를, 요리에 흥미가 생겨 ‘한식조리기능사’를, 생태 분야에 관심이 깊어져 ‘유기농업기능사’와 ‘버섯종균기능사’, ‘축산기능사’까지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토요일마다 직접 만든 음식을 먹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주말엔 셰프 옷을 입고 주방에 섭니다. 가족들 사이에선 ‘흑백요리사’로 통하죠.”
가장 어려웠던 자격증은 식품가공기능사였다. 두 번 낙방하고 세 번째 도전에서야 합격했다. “낙방한 두 번 모두 실기 시험때 두부 굳힘 평가를 너무 일찍 제출했어요. 급한 성격이 발목을 잡은 거죠.”
그의 ‘취미형 자격증’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정신건강의 유지 수단이다.
“공부는 뇌를 쓰는 일입니다. 이해보다 암기할 때 뇌세포가 더 활성화되죠. 시험공부야말로 최고의 두뇌운동입니다.”
◇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책의 질이 높아져”
숲과 요리로 시작한 배움은 ‘공직자로서의 전문성 강화’로 이어졌다.
정 심의관은 금융분야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자본시장법·보험법·외환거래법을 독학해 증권·펀드·무역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어 부동산·유통·정보보안까지 분야를 확장했다.
“‘경제관료’로 소개받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정말 경제관료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나?’ 그 물음이 시작이었죠.”
그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부동산세제·공공택지 정책의 구조를 더 깊이 이해했고, 산업보안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쌓은 공부는 정보보호정책 판단에 큰 도움이 됐다.
“정보화팀장이 ‘이제 국장님께 거짓말 못하겠네요’라고 하더군요.” 환경기능사 자격증은 환경·대기·수질정책 이해도를 높여줬다.
“정책은 현장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아는 만큼 정책판단의 속도는 빨라지고, 오류는 줄어듭니다.”
그가 취득한 자격증 중에는 비서자격증도 있다. 그는 이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국제행사와 회의를 준비할 때, 의전과 절차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비서자격증을 공부하면서 글로벌 에티켓과 회의 진행의 디테일을 배웠습니다. 무용한 자격증이 아니라 실무형 자격증이었죠.”
정 심의관은 공직자의 자기계발을 ‘국민을 위한 공부’라고 했다.
“공직자는 국민의 세금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건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 “100세까지 100개의 자격증 완주할 것”
그는 잠을 줄여서라도 하루 2시간씩 공부한다. 주말 이틀중 하루는 가족과 보내고, 하루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공직자가 자격증 공부한다고 일 안 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하는 공부는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40여개가 넘는 자격증을 따다 보니 기본지식이 쌓여 새 자격증을 준비할 때 시작이 쉽다고 귀띔했다. “60~70점 합격선이라면 기본공부만으로 40점은 깔고 들어가죠”
그의 학습계획표에는 매년 3~4개의 자격증이 새로 올라간다. 올해 목표는 경비행기조종면허다.
“10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100개 이상의 자격증이 더해지겠죠.”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자격증은 하고 싶은 일을 가능하게 하고, 삶의 선택 폭을 넓혀주며, 정신건강을 지켜줍니다. 제게 자격증은 단순한 증명서가 아닌 ‘삶을 확장시키는 도구’입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향우 기획예산처 사회예산심의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