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만의 구금…이하상 변호사 감치집행의 사법적 교훈[현장에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후 07:25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법정이 법 기술자들의 정치적 선동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가 ‘감치 집행’이라는 엄중한 칼을 빼들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에 대한 감치를 전격 집행했다. 지난해 11월 19일 감치 15일 선고가 내려진 지 76일 만에 이 변호사는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사건 공판이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의 옆자리에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앉게 해달라는 변호인단의 요구를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가 거부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이 변호사와 권우현 변호사는 재판부의 퇴정명령에도 방청석을 떠나지 않은 채 수차례 항의하며 소란을 피웠고 급기야 재판장은 법정 질서 위반을 이유로 감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집행은 두 달이 넘게 지체됐다. 이들은 감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에 대한 진술을 거부해서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는 교정 시설의 행정적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석방되는 일까지 벌어졌고 법 집행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호인단의 기행은 법정 밖에서도 계속됐다. 이 변호사는 석방 이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진관이 벌벌 떠는 걸 봤어야 한다. 뭣도 아닌 XX인데 엄청 위세를 떨더라”, “이놈의 XX 죽었어” 등 재판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번 감치 집행은 단순히 한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한 것을 넘어 무너진 사법부의 위신을 바로 세우고 사법 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법원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한 부장판사는 “내란 혐의 관련 재판이 중계되는 상황에서 변호인이 보인 법정 소동과 법관 모욕은 일반 대중에게 사법부를 조롱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의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현직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만으로는 개인 역량을 입증하기 어렵다 보니 어떻게든 자신을 돋보이려고 과도한 주장을 하거나 정치적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리는데 자정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감치 정도는 그들이 훈장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변호사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가 정치적 개입으로 보일 수 있어서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변호사에 대한 감치가 집행된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극단적 언행을 일삼으며 우리 사법 질서의 권위를 조롱하고 이를 정치 선동의 수단으로 삼는 일이 없도록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대한변호사협회의 엄중한 조치를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이 변호사와 강 변호사를 지난해 11월 조사위원회에 회부하며 징계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징계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징계위원회가 징계 수준을 결정해 그 결과를 대상자들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견책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3년 이하의 정직 △제명 △영구제명으로 결정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징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 집행 정지 효력이 생기고 사안이 법무부로 넘어간다”며 “법무부 결정에도 불복하면 행정소송으로 가게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징계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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