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시신으로 발견된 할머니…범인은 손주들이었다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05일, 오전 12:01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2월 5일 부산고법 형사2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 대한 2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설 연휴 부산에서 친할머니를 살해한 남매 중 남동생이 감형받은 것이었다. 78세 여성이 손주에게 살해당하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설 연휴 첫날 할머니 폭행 후 119 신고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24년 2월 9일이었다.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A씨는 이날 누나 B씨를 만난 뒤 부산에 있는 친할머니 C(사망 당시 78세)씨의 집에 홀로 찾아갔다. 그는 할머니의 집 정리를 도와주며 시간을 보내고는 식비 문제와 숨진 아버지의 병원비 등 평소 불만을 갖고 있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대화는 곧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A씨는 C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C씨는 A씨의 손을 깨물며 저항했지만 A씨는 C씨의 머리를 화장실 구조물에 수차례 부딪히게 했다.

결국 C씨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A씨는 할머니를 화장실 밖으로 옮기고 같은 날 10시께 “할머니가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를 접수했다. C씨는 심정지 상태로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숨지고 말았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C씨 몸에 남아 있는 상처와 현장 상황 등 증거를 비롯해 A씨 진술의 모순점을 발견하고 추궁한 뒤 자백을 받아냈다.

조사 결과 A씨가 범행을 저지른 배경에는 B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가 남동생의 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관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살해를 공모했던 것이었다.

특히 B씨는 A씨가 “할머니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자 살해 방법을 제시했고 사고사로 위장하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나아가 B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용돈을 두 배 이상 올려주고 카드도 쓰게 해 주겠다”며 A씨의 범행을 부추기기도 했다.

◇1심 징역 15년 선고…2심서 감형

재판에 넘겨진 B씨는 법정에서 “평소 피해자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C씨 사망에 관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장기간 피해자로부터 억압과 폭언을 당하던 과정에서 B씨에게 피해자로 인해 힘든 마음을 격정적인 표현이나 현실성 없는 일종의 장난으로 토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동생이 할머니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자 누나가 2023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할머니를 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납 가루 중독, 곰팡이를 먹이는 방법을 말하고 실제로 곰팡이를 배양했다”며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동생에게 정신적으로 살해 계획을 강화하고 사고사나 낙상사고 위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기능적으로 행위 지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해서는 “지적장애 2급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고 피해자로부터 엄격한 경제적 통제를 받으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변명할 수 없고 반사회적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크며 살해 과정에서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 죄책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 남매 측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각각 징역 12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낮은 지적 능력에 기인한 부족한 상황 판단력 및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이 되고 그로 인해 충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가 확인된다”며 “누나와 상의한 대로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를 두고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이나 방법은 모두 피고인의 주도로 논의됐다”면서도 “피해자는 통상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B씨의 경제적 생활을 통제한 것으로 보이며 B씨에게 문제가 있을 때는 피고인에게도 전화해 지시하거나 혼냈고 심지어 자신의 아들(피고인과 B의 아버지)이 암으로 사망한 것이 피고인과 B씨 때문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피고인과 B씨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피해자에 대한 극심한 분노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불복한 B씨 등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