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특사경 도입의 근거인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현재 국내에는 60여개 분야·2만명 이상이 특사경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수사활동은 규모에 비해 통계적으로 저조하다. 이러한 소극적 결과가 그들의 형사사법적 활동에 대한 이해 및 수사능력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수사권한은 있지만 수사 능력 검증 없는 특사경”
특사경의 범위·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그들을 선발하고 수사권을 부여하는 행위(법률에서 직접 혹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지명 등), 중간 감독(지휘), 사후 점검(평정)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 상태다. 개별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는 직무수행상 수사권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회를 통해 그 권한을 부여받지만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노력은 미미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7급)이다. 그들은 노동과 관련한 19개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선발(시험)과정에는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이 없었고 심지어 주된 업무분야인 노동법이 선발과정에 포함한 것도 채 몇 년 되지 않는다.
또 중앙정부나 서울·경기와 같은 광역지자체는 인적·물적 규모가 충분해 상당한 규모의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시·군·구와 같은 기초지자체는 특정 부서의 특정 직위로 발령나는 사람에게 거의 기계적으로 특사경 지위를 부여토록 검사장에게 보고한다. 검사장도 최소한의 신원조회만 거친 후 지명한다. 이들이 특사경 권한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기초적 형사법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없는 셈이다.
특사경이라는 지위가 일제 시대처럼 ‘면서기의 완장’ 역할만 한다면 오래된 억압적 제도의 잔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절차에서 적법성 문제가 형사재판의 중요한 쟁점이 된 최근의 환경을 고려하면 제한적이라고 해도 수사권을 무분별하게, 또 분절적으로 부여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특정한 공간적 업무구역 내의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한이 있는 공간적 특사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중에는 선발시험 과정에서 최소한의 형사법적 지식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변화된 형사사법적 환경에 부합하는 수사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담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교도소장·소년원장과 같은 이들에게 법률이 자동으로 수사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공간에 관한 행정적 관리책임도 있기 때문에 그 공간 내에서 발생한 범죄를 충실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수사과정에서 자신 혹은 자신이 관리·감독하는 하위직 직원에 대한 관리소홀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다.
앞서 순수한 민간인에게도 수사권이 있는 것처럼 규정된 선장, 기장의 경우에도 현행범 체포 혹은 예외적으로 긴급체포 권한을 부여하는 이상으로 수사권한을 부여할 이유가 없다.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후 최대한 우리나라의 관할권 혹은 영사권이 미치는 곳에서 그들 권한 있는 자에게 인도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이 실질적으로 수사권한을 행사하면 더 문제가 된다. 피의자에 대해 자백을 강요하면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변호인조력권, 진술거부권 고지, 압수, 수색에서의 참여권 보장 같은 수사절차의 필수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수사한 결과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유죄인 자를 형사처발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특사경 제도는 행정적 필요성 때문에 팽창하고 있지만 그에 따르는 제도적 정비는 매우 부실하다. 지금까지는 특사경에 대한 지휘권한을 검찰이 갖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지도 모른다. 검찰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수사·기소분리 원칙 아래 검찰 대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과 같은 대체 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두 기관의 성격이 아직 분명하지 않다. 중수청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고 해도 형식적으로는 특사경 업무가 중대범죄에 속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권한을 공소청장에게 부여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스스로 수사권한이 없는 공소청장이 타인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험사가 보험사기 수사하는 꼴…특사경 제도 전면 재설계해야”
최근 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도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자는 오래된 논의가 부상했다. 부당 청구·지급하는 건강보험료의 누수를 막는다는 목적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이를 특사경 권한 부여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마치 보험사 직원에게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권을 직접 부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건보공단 돈이 새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는 열심히 하겠지만 피해자(건보공단)에게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게 되면 그 수사권한의 남용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경우라면 해당 수사에 대한 적절한 지휘·감독이 필수적이다.
결국 국내 특사경 제도는 그 명칭에 비하면 내용이 없다. 제도적 섬세함이 빈약한 데 비해 제도 자체는 기이할 정도로 활황 상태다. 각 법률에는 이상할 정도로 형벌 규정이 많아서 정부도 이러한 행정형벌을 줄이겠다고는 하지만 신설 법률마다 형벌 규정으로 두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힘들다.
국내 행정기관 등이 수사권에 집착하는 것은 업무수행에 불가결한 조사권한 중 강제조사에 해당하는 게 매우 미약해 수사권한을 통해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이유도 크다. 이런 목적이라면 미국의 행정영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우리 특사경 제도는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수사권한은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그 권한 행사자가 되는 자의 선발·교육과정에서 수사업무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구체적 수사권한의 범위는 해당 수사에 필요한 부수적 관련범죄 수사권까지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