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갔다 사고 나면 교사 책임"…현장학습 안가는 학교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05일, 오전 08:08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하반기에 예정했던 1일 현장체험학습(소풍)을 교내 체육 활동으로 변경했다. 이 학교는 반기마다 한 번씩 버스를 빌려 과학관이나 근교 농원에 다녀왔지만 현장체험학습 도중 학생들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들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결국 교내 활동으로 대체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아미지(출처=챗GPT)
이는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풍과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서울 학교가 최근 3년 동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초·중·고교 1332곳 중 소풍을 포함한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한 곳은 절반(51%) 수준인 673곳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서울 학교 중 86%에 달하는 1150곳이 현장체험학습을 떠났다. 그러나 2024년 984곳(73%)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전체 학교의 절반 정도로 감소한 것이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소풍 이어 수련회·수학여행도 감소

수련회(수련활동)를 진행한 학교도 감소세다. 2023년에는 초·중·고 1332곳 중 626곳(47%)이 수련활동을 시행했다. 반면 2024년에는 수련회를 간 학교가 510곳(38%)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는 469곳(35%)으로 줄었다.

수학여행(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서울 초·중·고 중 수학여행을 떠난 곳은 2023년 609곳(46%)이었지만 2024년 550곳(41%)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556곳(42%)으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학교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되는 것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1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6학년 3개 학급은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체험학습을 나갔다. 이때 한 학생이 전세버스에서 내려 테마파크로 이동하던 중 주차하려고 움직이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담임교사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학생들을 인솔할 때 반복해서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지 살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깨고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처벌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A씨가 안전사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는 않은 점을 인정했다. A씨는 상고했다가 도중에 취하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선고유예로 감형돼 교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연퇴직 처리된다. 하지만 선고유예를 받으면 판결일부터 2년 뒤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강원교총이 지난해 11월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면책조항 있지만 ‘교사 보호’엔 역부족

현장체험학습 도중 학생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는 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은 학교장이나 교직원 등이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이 법만으로는 교사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과 교육부 지침(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이 안전사고 예방 의무를 어느 수준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 도중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해 법적 분쟁이 벌어지면 교사가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가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속초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에서도 담임교사가 사고 발생 전 안전사고 예방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이에 교사들은 예방 조치 지침을 명확히 규정하고 교사가 예방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면책해야 보호장치가 실효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많은 학교들이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에서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외부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데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도 “교사가 실제 재판을 받게 되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사전에 했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며 “현행법과 지침만으로는 교사가 면책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은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육활동”이라며 “교육당국은 면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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