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도가 커지는 만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 ‘난자를 채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사람이 연구실에서 만들어지는 건 아닌가?’하는 막연한 걱정들 또한 많아졌다.
난자동결만으로는 자연을 거스르지도, 건강에 그렇게 악영향을 끼치지도, 그리고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사람을 만들어 내지도 못한다. 단지 하루하루 노화되고 있는 내 몸에서 더 이상 노화되지 않도록 일부 세포를 다음에 쓸 수 있도록 동결할 수 있을 뿐이다. 그 동결로 젊음을 살 수는 없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릴 수 있게 된다.
난자동결, 왜 해야 하나?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에서 난자동결을 하는 가장 많은 사유는 사회적 동결이다. 임신과 출산의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미래의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해 놓는 것이다. 이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라는 말이 중요한데 임신을 결정하는 건 실질적으로 난소나이(AMH) 가 아니라 난자의 질(quality) 이다. 다만 이 난자의 질은 여성의 나이에 비례한다. 여성들이 35세가 넘으면 임신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유산율이 증가하게 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보니 지금 당장 임신과 출산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먼저 난자를 동결시켜 놓고 여건이 가능해 질 때 난자를 해동하여 정자와 수정시키고 임신을 시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난자동결의 두 번째 많은 사유는 나이에 비해서 난소나이(AMH) 가 많이 저하되어 있을 경우이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하여 또는 무월경으로 검사하러 왔다가 우연히 난소나이(AMH) 가 많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근래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임신 사전검사를 지원해 주면서 검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저하된 AMH를 가진 여성들의 발견 비율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날마다 다시 만들어지는 남성의 정자와 달리 여성의 난자는 평생 쓸 양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난자의 기원이 되는 난포세포는 태어날 때 약 200만 개, 사춘기가 시작되면 약 50만 개 정도 되는데 여성의 생리주기에 따라 배란되면서 모두 소모되면 폐경이 오는 것이다. 이 중 아직 배란이 되지 않는 난자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 항뮬러관호르몬으로 Anti-Mullerian Hormone의 영문 약자 AMH로 지칭한다. 이 AMH 수치를 보고 난자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얼마 전 진료를 본 20대 초반 여성 환자는 난소 나이가 40세 여성에 가까운 수치인 AMH 0.94ng/ml까지 측정되기도 했는데 이런 상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임신과 출산이 어려워진다는 점. 그리고 다음 문제가 조기폐경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환자는 앞으로의 임신과 출산을 위하여 오랜 기간 준비해 오던 유학을 떠나기 전에 난자동결을 시행하였고, 무월경과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여성호르몬을 복용토록 처방하였다.
그리고 난자동결의 세 번째로 많은 사유는 항암치료 전 동결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도 치료를 마치고 동결시켜 놓은 배아로 임신하여 출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난자 동결, 한다면 몇 개를 해야 하나?
여성의 나이에 따라 동결하는 난자의 숫자도 달라진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난자는 여성이 가지고 태어난 난자가 다 배출되고 나면 폐경이 온다. 특히, 임신을 결정하는 것은 난자의 개수가 아니라 난자의 질(quality) 인데 이 난자의 질(quality)은 여성의 나이와 반비례하게 된다. 나이가 어릴수록 임신율이 좋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신율이 낮아지고 유산율이 올라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많을수록 정상 난자가 나오는 확률이 줄어들어 임신을 위해 필요한 난자의 개수는 늘어나게 된다. 여성의 나이에 따른 난자의 동결 갯수에 대하여 유럽이나 미국의 불임학회 등 유력 기관에서 제시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들 학회에서도 확실하게 제시하는 것은 임신을 위한 난자동결 시 임신 성공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연령’ 이라 지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 생식의학회를 비롯한 여러 학회에서는 임신을 위한 난자 동결 시 34세 이하에서는 약 10~15개 정도, 35~37세에서는 15~20개 정도, 그리고 38~40세에서는 25~30개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수의 난임관련 의료기관에서는 40세 이상의 사회적 난자동결은 비추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난자를 동결하는 이유가 향후 임신을 위해서인데 실제로 40세 이상에서는 동결을 한다 하더라도 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시술로 몇 개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을 지는 초음파로 기저난포를 보거나 혈액검사로 난소나이(AMH)를 검사해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기저난포 개수와 AMH는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나이와 AMH 수치는 서로 반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이가 많아지면 AMH 수치가 낮아져 갖고 있는 난자 갯수도 줄어드는 것도 알 수 있게 된다.
논문을 참조하면 한국 여성을 기준으로 30세 이하는 AMH 가 4ng/ml 이상으로 이때 채취 가능한 예상 난자의 개수는 20개 이상이 된다. 40세를 넘게 되면 AMH 가 1ng/ml대로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채취 가능한 예상 난자의 개수는 7개 이하가 된다.
따라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AMH가 낮아서 채취 예상 난자수가 줄어들게 되지만 이에 반해 난자의 퀄리티가 낮아져 동결해야되는 난자수가 많아지게 되므로 난자채취를 위한 시술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
난자 동결, 언제 해야 하나?
이러한 여러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건들을 볼 때 임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난자동결의 시점은 여성의 나이 35세 이전으로 이때 시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현실은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생활이 활발해지면서 특별한 질병이 있지 않는 한 35세 이전에 난자동결을 생각하는 여성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30대 후반, 특히 40대가 가까워져서야 난자 동결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40대에 가까워서 난자 동결을 준비하게 되면 난자의 퀄리티가 떨어져 더욱 많은 수의 난자를 채취해야 한다. 여기에 AMH가 낮아 난자가 많지 않다 보니 시술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임신 성공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들을 실제로 진료실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난자동결이 모든 여성에게 권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꼭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 있다. 검사에서 AMH 수치가 본인의 나이보다 많이 낮은 경우, 또는 암을 진단받아 항암치료에 들어가기 전의 경우, 그리고 난소나 자궁에 대한 수술이 예정되어 있을 때 수술받기 전의 경우, 이러한 조건에 해당한다면 가급적 난임 전문의와 상의를 먼저 해보고 진행하는 것을 권한다. 이처럼 주의해야 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임신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면, AMH 검사를 시행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본인 난소나이를 고려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임신사전검사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어 임신을 원하는 많은 부부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결혼 예정이거나 임신을 계획하는 많은 부부들이 잘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더욱 수월하게 임신에 대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