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인가 후 '무효 주장' 반환금 돌려달라…대법 "신의칙 반해"

사회

뉴스1,

2026년 2월 08일, 오전 09: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 / © 뉴스1 박세연 기자

총회를 거치지 않은 환불보장약정이 포함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조합설립인가 이후까지 분담금을 냈더라면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분담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 씨가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1년 4월 대전 동구 일대 토지에 아파트를 신축하는 목적으로 결성된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조합)에서 '환불보장약정'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아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했다. 환불보장약정은 2021년 12월 31일까지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해당 조합원이 이미 납부한 납부금 전액을 환불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후 A 씨는 조합가입계약 분담금으로 조합에 2021년 4월~11월 총 1억340만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A 씨는 돌연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라며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조합가입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해당 환불보장약정이 조합의 총유물인 조합원분담금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는데도 총회 결의를 얻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1·2심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조합이 A 씨를 비롯해 조합원들로부터 수령해 보유하는 조합원분담금 등은 조합원들이 집합체로서 소유하는 총유물에 해당한다"며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할 때 조합원분담금 전액을 반환해 주는 건 총유물인 조합원분담금 자체의 감소를 발생시키는 행위로서 유효하기 위해선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조합원분담금을 전액 반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오인하고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하므로 A 씨는 이를 이유로 조합가입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심도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고 조합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21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고,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착오로 인한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A 씨의 분담금 납부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라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유사한 사건에서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한 경우,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 상대 분담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만약 A 씨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조합에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사업의 진행 경과와 A 씨의 소송 제기 시점 등에 비춰 볼 때, 조합은 A 씨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해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소송을 통해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착오 취소 주장을 하는 건 기존 분담금 납부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라며 "A 씨의 모순된 태도로 조합과 나머지 조합원들이 손해를 부담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조합가입계약까지 무효라고 보거나 A 씨가 이를 착오 취소할 수 있더라도 조합에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면서 분담금 반환을 구하는 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shha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