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여성단체와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여성가족부 규탄 기자회견' 2015.10.7 / © 뉴스1 변지은 인턴기자
서울시가 여성 관련 조례에서 쓰던 '성평등' 표현을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개정을 추진한다.
두 용어 사용을 놓고 사회적 논쟁이 이어져 온 가운데 조례 개정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일 '서울시 여성관련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여성 관련 시설의 설치·운영 목적을 규정한 조항에서 기존 '성평등' 단어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1조 목적 조항을 "여성의 사회참여를 장려해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고 양성평등(기존 성평등)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바꾼다는 취지다.
아울러 개정안은 제4조 7항에서도 "여성의 사회참여 및 성평등을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이라는 문구를 "여성의 사회참여 및 양성평등을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로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건강과가정을위한학부모연합, 양성평등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구로구의회 앞에서 '성주류화, 여성특혜 포함된 구로구 양성평등기본조례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9.14 / © 뉴스1 박세연 기자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여성계와 시민사회에서의 오랜 논쟁거리다.
양성평등은 남성과 여성만을 전제로 한 이분법적 성 개념을 고정해 성차별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성평등은 동성애나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개념으로 확대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재명 정부 초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할 당시에도 보수 진영에서는 성평등 용어 사용을 두고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청문회 당시 성평등과 양성평등의 차이를 묻는 국민의힘 의원들 질의에 "(성평등이) 실질적인 평등을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며 "동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현 양성평등기본법의 전신인 여성발전기본법을 개정하던 2014년 당시에도 성평등과 양성평등 중 어떤 용어를 사용할지를 두고 오랜 논의가 오갔다.
결국 법명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확정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계에서는 '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서울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 2000년 7월 조례 첫 시행 이후 31번째 개정이 된다. 지난 30차례 개정이 이뤄지는 동안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꾼 사례는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조례가 양성평등기본법과 서울시 양성평등기본조례에 따라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위법명에 따라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개정 시기와 관련한 어떤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성평등기본법에서조차 성평등과 양성평등 표현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는 만큼 성평등부 내에서도 개정의 취지를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조례 개정 내용이 자연스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양성평등기본법에서도 성평등과 양성평등 단어는 고르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례안은 확정된 입법안이 아니므로 조례·규칙심의회 결과에 따라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는 밝혔다.
b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