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법제화, 다음 과제는[김기동의 크립토 레이더 ]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전 05:01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금융혁신은 종종 규제의 경계선 위에서 피어난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음원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가 등장했을 때 시장은 열광했다. 적은 돈으로도 저작권료 분배에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 방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2022년 금융위원회는 저작권 참여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증권 발행 절차를 따르지 않은 뮤직카우의 기존 서비스 구조는 현행 규제 체계상 허용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다행히 이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조각투자와 같은 비정형적 증권들의 제도화에 착수했다. 수년간 지난한 입법 과정을 거쳐 올해 1월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라는 궤도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 개정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첫째, 일정 요건을 충족한 블록체인(분산원장)에 기록된 정보도 공식 장부(계좌부)로서 법적 효력을 부여했다. 중앙화된 전산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블록체인에 권리자와 권리 내용이 적법하게 기재돼 있다면 재산권으로 보호가 가능해졌다. 둘째,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신설이다. 자기자본, 인력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라면 자기가 발행한 토큰증권을 직접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셋째, 유통이 불가능했던 투자계약증권도 토큰증권의 형태로 증권사나 허가된 장외거래중개업자를 통해 사고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도권 시장을 통한 유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빌려 발행 문턱과 그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고가의 빌딩을 1만원 단위로 소액 분할하고 신속한 거래와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K-콘텐츠, 지적재산권(IP), 탄소배출권 등 그동안 투자 대상으로 활용되지 못했던 영역에도 자금이 유입돼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토큰증권 제도의 성패는 하위 법령의 내용에 달려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시행령 등 하위 법령에서 토큰증권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게 된다. 주요 쟁점은 분산원장의 요건과 기초자산의 범위다. 금융당국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형 블록체인이 아닌 허가를 인가받은 기관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적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과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해외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서로 연결되기 어렵고 그 결과 우리 시장은 국제 표준에서 벗어나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디지털 금융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기초자산도 증권의 유형 중 일부인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달러와 채권을 토큰화해 유통하고 있고 주식(지분증권)을 포함해 모든 실물자산(RWA)을 토큰화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2024년 34조원 규모에서 2030년에는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총생산(GDP)의 약 15%가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토큰증권 제도가 폐쇄적으로 설계돼 투자자에게 매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토큰증권 시장은 제한된 투자자만 참여하는 ‘얇은 시장’(thin market)에 머무를 것이다.

기업들도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 하위 법령의 제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초자산의 설계 방식, 증권 유형의 선택 등을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토큰증권은 ‘스마트 컨트랙트’기술을 활용해 사업 구조를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반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의무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하위 법령이 폐쇄적으로 만들어지면 유망한 기초자산과 자본은 더 유연한 법제를 찾아 해외로 이동할 것이다. 뮤직카우라는 성장통을 거쳐 탄생한 토큰증권 인프라가 단순히 디지털로 기록된 증권에 머무를지, 자본시장의 거대한 발전으로 나아갈지는 금융당국의 행보에 달려 있다.

■김기동 대표변호사=25년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원전비리수사 단장, 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중요 수사 부서 책임자를 도맡았다. 기업·금융 분야 로펌 로백스(LawVax)를 설립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융 전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