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야간 노동자 보호대책 마련 나선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전 05:16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쿠팡의 잇따른 과로사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야간노동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새벽배송 영향으로 쿠팡 택배기사들은 과로사 기준을 훌쩍 넘겨 근무하고 있는데,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야간노동자 보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업종과 상관없이 모든 국내 야간노동 현황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검토해 관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10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노동부는 2026년 제1차 정책연구과제 중 하나로 ‘야간노동 실태조사 연구’를 선정해 지난 2일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야간 노동자의 건강 보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을 실시하려는 취지다. 해당 연구는 크게 △국내 야간노동 종사자 현황 파악 및 실태 조사 △해외 야간노동 규제 관련 제도 파악 및 분석 △야간노동에 따른 문제와 해결방안 검토 등 3가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노동부는 택배기사처럼 하나의 직종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모든 야간노동자를 대상으로 현황을 분석한다. 새벽배송이 아닌 ‘야간노동’을 조사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사업장 규모, 업종, 직종별로 야간노동 종사자를 파악해 야간 노동시간 형태(고정제·교대제·N잡 등), 휴식시간, 야간수당 등을 복합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왜’ 야간노동을 하고 있는지도 조사한다. 해외 사례를 분석하는 단계에서는 야간노동 규제와 더불어 가산임금 지급 여부와 가산율 계산 방식 등도 세부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야간노동과 관련한 별다른 규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야간노동자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사이에 일을 하면 시간당 통상임금의 1.5배를 받을 수 있다. 4시간 일하고 30분 이상 쉬어야 하는 주·야간과 달리 야간의 경우 별도의 휴게시간은 없다. 야간노동 횟수 제한이나 야간노동 때 배치해야 하는 최소 인원 등 세부 규정도 전무하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한 택배기사는 총 8명(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4명, 택배노동자 4명)으로 이중 6명이 야간노동자였다. 지난해 택배노조가 발표한 쿠팡 퀵플렉스 설문조사를 보면 쿠팡 택배기사는 주 6일 기준 66.6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과로사 판정 기준인 주 60시간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리면서 야간노동자 보호 대책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당정청은 쿠팡의 성장을 제한하기 위해 14년 만에 대형마트 규제를 풀기로 했다. 대형마트에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법 개정이 본격 추진되면 새벽배송 노동자의 업무량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부는 오는 6월 실태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9월까지 야간노동 관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야간노동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연내 지자체별 대책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중에선 제주도가 처음으로 제주지역 내 심야 시간대 배송운송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새벽·야간배송 택배기사, 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 화물 운전기사, 택시기사 등 총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당정청도 법 개정과 동시에 배송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대책을 함께 마련한다고 밝혔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산임금 지금 방식은 특히 저임금으로 설계된 서비스업 야간노동자의 야간노동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며 “야간노동에 대한 보상을 임금이 아니라 휴가와 같은 시간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수건강검진과 같은 야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등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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