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수준으로 공적지원 받아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전 06:05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피싱 피해자들은 그들이 부주의해서 피해를 입은 게 절대 아닙니다. 피해자들은 작정하고 속이는 초국가 범죄 조직으로부터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평범한 이웃들입니다.”

신효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피싱의 모든 책망과 책임은 범죄자들이 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 단장은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한 범정부 합동기구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의 초대 단장을 맡고 있다.

신 단장은 피싱 범죄와 관련해 여전히 피해자의 부주의를 탓하는 일각의 인식과 관련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피싱 범죄집단은 거대 자본과 전문 인력을 투입해 ‘작정하고 속이는’ 초국가적 범죄 기업”이라며 “피해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이미 손에 쥐고 가스라이팅을 할 뿐만 아니라 가족을 빌미로 협박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 피해자들의 심리를 완전히 지배한다”고 지적했다.

신효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 (사진=경찰청 제공)
특히 피싱 범죄 피해자에 대한 공적 지원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단장은 “현재 범죄 피해자를 위한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이나 보호체계는 주로 강력범죄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피싱과 같은 경제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제도는 많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여건에서는 피싱 피해자가 쉽게 공적인 지원제도를 통해 피해 구제를 받거나 신속한 회복을 위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피싱 피해자가 강력범죄 피해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경찰청 차원에서라도 가능한 범위 내의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 단장은 “피싱 피해자도 강력범죄 피해자와 비슷한 수준의 공적 지원을 받으려면 제도 정비와 예산이 필요하다. 단계별로 논의가 필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경찰청에서는 우선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도 자체적인 피싱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최우선 과제로 피싱 피해자에 대한 심리 지원체계 구축을 꼽았다. 범죄 피해를 입고서도 주변에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응단 신고대응센터 상담원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신 단장은 “통합대응단에 피싱 피해자를 전담하는 경찰관을 운영해 초기 지원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기금을 조성해 피싱 피해자에 대한 전문적인 심리 지원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피싱 피해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신 단장은 “피해자가 스스로 자책하며 홀로 그 고통을 견딜 필요가 없다”며 “피해를 당했거나 피해가 의심되는 경우 그 즉시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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