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재산 국가가 지킨다…‘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도입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후 07:42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정부가 치매 환자의 재산을 국가(국민연금관리공단)가 직접 보호한다. 치매로 판단력이 낮아진 고령층이 사기·횡령 등 반복적인 경제적 피해에 노출되는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치료와 돌봄 중심이던 치매관련 정책을 국민의 재산 보호와 의사결정 지원까지 역할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치매 의심자 발굴과 운전능력 평가, 지역 전달체계 개편 등 생활 전반으로 관리 범위를 넓힌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치매 인프라 확충을 넘어 환자의 재산과 권리, 일상 유지까지 국가의 관리 영역에 포함한 점이다. 치매 환자를 돌봄의 대상이 아닌 권리 보호의 주체로 재정의하며 정책의 무게중심을 전환했다는 평가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 개시…올해 750명 목표

오는 4월부터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시범 도입한다. 본인이나 후견인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국민연금공단이 재산을 위탁받아 의료비와 생활비 등 필수 지출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치매 환자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가운데 기초연금수급권자로 경제적 학대를 받았거나 위험이 높은 경우를 우선 지원한다. 시범사업 첫 해인 올해 시범대상 목표는 750명이다.

국민연금이 관리를 대행하는 자산은 현금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지명채권, 주택연금으로 한정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탁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무료지만 고액 자산가에 대해서는 실비 수준의 수수료 부과를 검토한다. 신탁 재산 상한액은 민간 신탁시장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10억원으로 제한했다.

사업 구조도 공공 책임을 전제로 설계했다. 노인 유관기관이 대상자를 발굴하면 국민연금공단이 상담·접수부터 재정지원 계획 수립, 치매안심센터·통합돌봄 전담부서 연계, 점검·감독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나 계약 철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시범사업은 2028년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치매 환자의 법적 의사결정을 돕는 공공후견인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300명 수준인 지원 규모를 2030년까지 19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의료 관리 체계 역시 강화된다.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치매를 지속 관리하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는 2028년 전국으로 확대한다. 현재는 42개 시·군·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장기요양 치매 수급자의 주야간보호시설 이용 한도를 늘리고, 치매안심센터 쉼터와 장기요양기관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손질한다.

◇치매 예방·조기 발견…고령자 운전 능력 평가 시스템 도입

예방과 조기 발견 체계도 강화한다. 정부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관리 체계에 포함하고 치매안심센터 전용 진단 도구를 내년까지 개발해 2028년부터 적용한다. 기존 선별검사의 한계를 보완해 고가의 병원용 검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인지강화교실 운영은 주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를 위한 자가관리 매뉴얼도 보급한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치매 의심 운전자의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을 올해 시범 도입하고, 이를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받는 치매 선별검사만으로는 실제 운전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운영 체계도 지역 특성에 맞게 재편한다. 도시는 사례관리 중심으로, 농어촌은 찾아가는 검진과 지역 자원 연계를 강화한다. 건강검진과 장기요양보험 데이터 등을 연계해 치매 의심자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환자가 센터를 찾는 구조에서 국가가 먼저 찾아내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지역사회 치매관리율을 76.4%에서 84.4%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신탁과 후견을 전제로 한 재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대상자 발굴과 동의 절차, 가족 간 이해관계 조정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전문 인력 확보, 치매관리주치의 제도 확산을 위한 의료기관 참여 유인, 지역 유형별 운영이 도농 간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치매가 있어도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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