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위헌 주장 헌법상 근거 없어"…대법 입장 반박(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2월 13일, 오후 04:40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25.4.1 © 뉴스1 장수영 기자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13일 언론에 배포한 26쪽 분량의 참고 자료를 통해 "헌법은 헌법재판권을 헌재에 귀속시킴으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장 "숙의 필요" 의견 하루 뒤…"갑작스러운 추진 아냐"
헌재는 "헌법 제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권력분립 원칙에 기초해 사법권이 원칙적으로 법원에 귀속되는 것을 천명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상 헌법재판권을 헌재에 귀속시켰다는 근거로 헌법 제111조 제1항을 들었다. 이 조항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탄핵의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자체 상호 간 권한쟁의 심판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관장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률로서 재판소원이 정해지면 헌재에서 다룰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헌재는 또 "사법권 독립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 제103조에선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는바,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를 통해, 외부적으론 헌법재판권한을 가진 헌재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 체제를 택한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의 추진과 진행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자기 추진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문제는 헌법과 국가 질서에 큰 축을 이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 끝에 이뤄지길 이야기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전면 배치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헌재는 "재판소원 허용 여부는 헌법재판제도 도입 초기부터 끊임없이 실무와 학계, 정치권 일부에서 논의돼 온 주제로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자기 추진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에 입법, 행정과 달리 법원의 재판만 제외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헌재는 헌법 개정을 통해 헌법에 재판소원을 명시하고, 헌재와 대법원의 관계를 재정립해 규정하는 것이 재판소원 도입의 전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헌법소원의 대상을 입법이나 행정의 작용에 국한하고 있지 않다"며 "이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는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근거 역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헌재가 관장한다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를 들었다.

이어 "'법률이 정하는'이라는 표현은 입법자가 헌법소원의 제도적 취지와 본질 및 기능을 최대한 구현하고 보장하는 방향으로 헌법소원의 요건과 절차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의 본질상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사실확정이나 법률의 해석·적용을 제4심이나 초상고심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판소원이 도입되더라도 대법원이 헌재의 하위 기관이 되는 것이 아니고, 헌재와 대법원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고유 기능에 따라 헌법재판권과 구체적 사건에서 재판권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심제' 분쟁 해결 지연 주장은 '기우'
헌재는 재판소원으로 인해 사실상 '4심제' 체제가 돼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반박했다. 헌재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헌재와 법원의 역할과 기능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맞섰다.

헌재는 "오로지 공권력 주체인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헌법해석, 특히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해석을 최고·최종의 헌법해석기관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라며 "재판소원 중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는 사건은 헌재의 판단이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거나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므로 분쟁의 종국적 해결 지연을 들어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헌법의 최고규범성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더라도 국선대리인 선임 예산을 확보해 경제력이 부족한 국민이 부담 없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재판소원으로 인해 분쟁 해결이 늦어지게 돼 그 과정에서 경제력이 있는 당사자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분쟁의 해결이 다소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기본권의 내용과 가치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하는 오류를 범했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때는 분쟁의 신속한 해결보다 위와 같은 잘못된 재판을 바로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취지의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일부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재판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며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재판은 지정재판부가 30일 이내에 신속하게 각하하게 되므로 분쟁의 해결이 지나치게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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