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뜬뜬의 '둥근 해가 뜨면 오픈런 해야만 하는 P들의 모임' 사진 © 뉴스1
2026년 1분기 '최고 화제작'이 되지 않을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안테나 플러스가 제작한 예능 '뜬뜬 풍향고2'가 13일 기준 누적 조회수 3000만 회를 앞두고 있다. 유재석 씨와 지석진 씨, 양세찬 씨 등 예능인과 배우 이성민 씨가 떠난 '아저씨의 아날로그 동유럽 여행'은 청춘 배낭여행과는 다른 결의 웃음을 만든다. 노어플·노예약·노계획이라는 설정 아래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 숙소를 찾아 헤매고, 식당을 전전하며, 길 위에서 선택을 거듭하는 방식은 즉흥성과 관록이 결합된 여행 서사다.
이들이 오스트리아에서 헝가리로 이동하는 장면은 단순한 이동 이상의 의미를 띤다. 오스트리아 빈 중앙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켈레티역으로 향하는 국제 열차에 오르며 화면에 포착된 문구는 '기차 이용자는 기후 보호자'였다. 유 씨와 지 씨는 기차 승객이 다른 교통수단을 탔을 경우를 가정해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양의 숫자를 가격으로 잘못 읽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 열차를 운영하는 '오스트리아 연방철도'(ÖBB)는 2035년까지 모빌리티 부문, 2050년까지 그룹 전체의 탄소중립을 목표를 내걸고 있다. 연간 약 42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집계하며, 여객 열차 전력은 수력·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조달하고 있다. OBB는 또 전철화가 어려운 비전철 구간에서는 폐식용유 등을 수소화 처리한 HVO 재생 디젤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오스트리아 연방철도(ÖBB) 탑승시 나타나는 문구 © 뉴스1
철도는 교통 부문에서 구조적으로 낮은 배출 강도를 갖는다. OBB가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1인 1㎞ 이동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71g 수준으로, 승용차 대비 10배 이상 낮다. 빈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약 240㎞ 남짓 구간을 항공이나 자동차 대신 철도로 이동할 경우 배출 격차는 더 커진다. 예능 속 한 장면이지만, 그 선택은 유럽이 교통 탈탄소를 일상적 행동 변화로 설계해온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2018년 이후 여객 열차 전력을 수력·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전력 구조가 탈탄소화될수록 철도의 상대적 이점은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한국 철도는 어떨까.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속가능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유럽 주요 철도사에 비해 발걸음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코레일은 철도 차량기지와 역사 유휴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확대하고, 전력 효율을 높인 신형 전동차를 도입하는 한편, 비전철 구간을 대체할 수소열차 실증 사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기차를 움직이는 전력 문제엔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 코레일 전력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공급하는 국가 전력망에 의존한다. 국내 발전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5년 기준 10%대에 머문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처럼 철도 운영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고 선언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원전을 포함해 '탈화석연료 100%' 전환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석탄과 LNG 발전 비중이 여전히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단기간 달성은 어려운 과제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거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상쇄하는 방식도 제도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철도는 상시·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산업인 만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재생전력 조달 기반이 충분히 확보돼야 실질적 전환이 가능하다.
'풍향고2'의 매력은 계획 없음에 있다. 그러나 그 무계획의 여정 속에서 포착된 철도 이동은 역설적으로 유럽 교통 정책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이동 수단을 바꾸는 일,명절마다 고속도로(내연차)와 공항이 붐비는 현실에서, 이동 수단을 바꾸는 일은 가장 구체적인 기후 행동일 수 있다.웃음으로 소비된 장면 뒤에, 기후 대응의 구조적 질문이 겹쳐진 이유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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