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입니다" 전화에 '번뜩'…"피싱범죄 체험 앱 직접 만들었죠"[경찰人...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4일, 오전 07:51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김진아 검사입니다. 조사 받으면서 유의해야 할 점 두가지 말씀드릴 겁니다.”

‘보이스피싱 체험’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 ‘셀프 감금 협박’ 시나리오를 선택하니 스마트폰 화면이 가상의 전화 연결 화면으로 바뀌었다. 실제 피싱범 목소리로 스스로를 검사라고 하는 사람이 조사 유의사항을 말해주겠다며 5분 이상 전화가 끊어지면 안된다고 겁을 줬다. 이어 스마트폰 화면에는 ‘비공개 수사이니 가족 등에 말하면 처벌받는다’,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구속수사로 전환된다’, ‘통화를 끊으면 처벌받는다’와 같이 셀프 감금 협박 피싱 전화를 받았을때 각각의 상황에서 체험자가 어떤 대응을 선택할지 체크하도록 하는 문제가 떴다.

‘검찰에 직접 전화해보겠다’는 정답 대신 ‘전화를 끊지 않겠다’는 오답을 선택하자 곧장 사이렌이 울리며 “협박에 응하면 상대가 계속 통제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체험을 모두 마친 뒤엔 ‘나의 종합 안전지수’가 안내되고 잘못 대응을 한 부분을 재차 안내했다.

이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셀프 감금 협박 시나리오뿐 아니라 ‘가족 사칭’, ‘수사기관 사칭’, ‘대출 빙자’, ‘카드 배송 사칭’, ‘노쇼 사기’ 등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피싱 범죄 상황을 선택해 체험해 볼 수 있다.

피싱 체험 프로그램 화면.
보이스피싱 체험프로그램 앱은 정보통신기술(ICT)업체가 만든 앱이 아니다. 일선 수사현장에서 보이스피싱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느끼고 있는 현직 경찰이 만든 앱이다. 주인공은 전남경찰청 영암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에서 근무 중인 김진영 경장.

김 경장은 지난 1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실제 피싱 전화를 받고 이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김 경장은 “기존의 피싱 범죄 예방 콘텐츠는 단발성 홍보와 예방교육에 그치는 것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직접 피싱 전화를 받은 순간, 경험보다 좋은 예방교육은 없겠단 생각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퇴근 후 온라인상에서 프로그램 개발 자료를 찾아보며 웹 기반의 보이스피싱 체험 앱을 만들었다. 출근해선 동료들에게 다시 피드백을 받고 퇴근 후 수정하고 하는 시간만 3개월 이상 걸렸다. 김 경장은 “시민들이 엘리베이터나 은행·식당 같은 곳에서 대기하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쉽게 체험해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이용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별도의 내려받기 과정 없이 큐알코드만 찍으면 바로 활성화되는 웹 기반의 앱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특히 피싱 범죄 시나리오가 실제 상황과 같이 흘러가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실제 피싱 통화처럼 범죄자가 어떤 질문을 했을 때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답을 할지의 그 흐름을 구성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며 “특히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문제 하나하나에 문구를 선택하는 데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체험자마다 취약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체험 결과에 따라 안전지수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도 다시 제공하는 식으로 구성했다”며 “실제 범죄 상황에 맞닥뜨렸을때 경험했던 것인 만큼 일단 멈춰 확인하고 점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암서는 지역사회의 협조를 받아 은행, 식당, 카페 등에서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마을회관 등에 직접 찾아가 시연할 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 전파가 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업해 학교 방문을 통한 홍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이 공개된 뒤 김 경장은 전국 각지 동료 경찰관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동료들이 격려와 함께 더 다양한 피싱 시나리오가 추가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피드백도 줬다”며 “아직까지 완벽한 앱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피드백을 반영해서 계속 개선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영 영암서 경장. (사진=본인 제공)
보이스피싱 체험 프로그램 실행 QR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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