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된 연휴는 싫다면…'북스테이' 떠나요

사회

뉴스1,

2026년 2월 16일, 오전 08:00

13일 서울시 마포구의 북스테이 서점 '피프티 북스' 내부 모습. 2026.02.13/© 뉴스1 권진영 기자
비록 집에서 2시간 거리지만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오고 싶은 곳,
오래오래 있기를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문을 여는 서점이 있다. 설 연휴 직전인 13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건물의 도어락 번호를 누르자 '띠리릭' 소리와 함께 책과 메모로 가득 찬 방이 나타났다. 단 한 명의 독자의 완벽한 몰입을 위해 설계된 시간별 예약제 서점, 이른바 '북스테이' 점포 '피프티북스'다.

3평(9㎡) 남짓의 공간에는 규칙이 있다. 먼저 벽면에 걸린 8가지 컨셉의 '마음 카드'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마음 카드는 이용자의 고민이나 감정에 따라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날 준비된 카드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당신 △슬픔이 나를 범람하면 △내가 지나쳐 온 행복들 △나에게 필요한 건 행동 △내가 나로 산다는 것 △다음 세상의 문을 열고 △나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 △물러설 용기 나아갈 용기 등이었다.

각 카드에는 소설·에세이·시집 장르별 추천 도서 3권이 적혀 있다. 추천 도서는 모두 선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기존 방문자들이 남긴 쪽지나 밑줄 같은 흔적이 남아 있다. "쉽게 읽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시"라는 감상평이나 시집 제목에 적힌 시를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책갈피를 꽂아놓기도 한다.

'피프티북스'가 이용자들을 위해 준비한 8가지 '마음 카드'. 대형 서점이 책의 장르와 주제에 따라 책을 진열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이용자의 감정과 고민에 따른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2026.02.13/© 뉴스1 권진영 기자

공용 수첩에 남겨진 방명록이나 일기에는 치열한 일상 속 고요한 쉼을 원하는 이들의 바람이 묻어 있었다. 한 방문자는 "뉴질랜드에서부터 지켜보며 꼭 와 보고 싶었다"며 "두 시간의 독서와 필사의 시간 너무 감사하게 담아간다"는 글을 남겼다. 3번째 방문이라는 또 다른 이는 "혼자 오롯이 느끼는 충만한 고요가 시끄러움 속에서 사는 삶의 쉼터 같다"고 적었다.

피프티북스와 같은 북스테이는 전국 곳곳에 60곳 이상으로 파악된다. 숙박이 가능한 곳이나 이용자 맞춤형 책 선정, 디지털 디톡스가 가능한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해금서가'를 운영 중인 천지윤 씨는 "새해를 겨냥해 계획을 세우고 비전을 세울 수 있는 '비전 데스크'를 만들었다"며 "오시면 핸드폰을 아예 넣어놓고 자기 내면과의 대화에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용자들의 고민과 사연을 기반으로 손 편지를 쓰고 책 처방을 해드리는데 연말에는 이직·부서 이동 등 신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주시거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사연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4년째 '봄길책방'을 운영 중인 이규대 씨는 "연휴에는 거의 방이 차는 편"이라며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대형 빔 스크린을 준비해 드리기도 하지만 10명 중 5명은 '책 볼게요'라고 하신다"며 북스테이의 인기를 전했다.

서울시 서초구 서래마을에 위치한 북스테이 '해금서가' 전경. 이곳에서는 편지 및 책 처방 등 철저한 개인 맞춤형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이용자의 고민에 따라 진열되는 책이 달라지며 숙박도 가능하다. (해금서가 제공)

지난 14일 데이터 컨설팅 전문업체 피앰아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계획 1위는 '집에서 휴식'(44.7%)이었다. 그 밖에 문화생활은 15.3%, 자기 계발은 9.7% 등으로 집계됐다.

연휴는 길지만 마음이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의외로 짧다.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다 끝나는 연휴가 아쉽다면, 나만의 서점에서 페이지 넘기는 소리로 하루를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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