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계약상 손해배상 책임 정했다면…대법 "계약상 책임만 부담"

사회

뉴스1,

2026년 2월 17일, 오전 09:00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5.12.18 © 뉴스1 김영운 기자

영업 위임계약에서 정해둔 계약 해지 사유와 절차가 따로 있다면 민법의 임의규정이 아닌 계약 내용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원단 도소매업 개인사업자인 A 씨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 씨에게 손해배상금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의 업체와 삼성물산은 2011년 11월 28일 1년마다 자동 갱신하는 영업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업체는 삼성물산이 생산하는 숙녀복 원단 판매 권한을 위임받아 판매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은 2022년 3월 10일 '직물 사업에서 철수하므로 당시까지 접수된 수주에 대한 사업만 진행하고, 기존 수주분에 대해서는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전자우편을 업체 측에 보내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업체는 계약이 2022년 10월 31일까지 존속하는데도 삼성물산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수수료 수입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1억 2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선 1심 법원은 원고(A 씨 업체) 패소 취지, 2심 법원은 삼성물산이 업체에 손해배상금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2심 재판부와 달랐다. 대법원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임의로 정해둔 민법 제689조가 있지만, 계약에서 해지 사유와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원인을 별도로 정해뒀다면 계약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약정에서 정한 해지 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당사자 간 법률관계도 약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규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이 사건 위임 계약 제11조 제3항은 '제1항 각호의 사유(계약 해제 또는 해지 사유)가 없더라도 3개월 전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지한 경우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위임계약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해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원인 등을 별도로 정한 것은 임의규정인 민법 제689조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계약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2심 법원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위임계약에 포함된 당사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에 따라 임의규정인 민법 제687조의 적용이 배제됐는지, 이 사건 위임계약이 제11조 제3항에 따라 해지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관해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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