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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분야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법률 AI 관련 민간업체뿐만 아니라, 법원과 검찰, 로펌에서도 자체 AI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선 다른 분야보다 AI의 구축과 활용이 늦기는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다룰 때 방대한 양의 문서를 검토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그 활용도가 점점 늘어날 거라는 의견이다.
법원 '재판지원 AI 시스템' 시범 오픈…검찰은 아직 '계획 수립' 단계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최근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사법부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재판지원 AI 시스템' 시범 오픈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4월 법원행정처장 자문기구로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하고 재판 업무에 AI 기술 도입 방안을 논의해 왔다. 위원장은 이숙연 대법관이 맡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재판지원 AI는 법원이 보유한 사법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법률 정보 검색과 참고 자료 확인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당 시스템은 △대법원 판례와 판결문 △법령과 대법원 규칙 △결정례와 유권해석 △실무제요·주석서 등 각종 법률 문헌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재판지원 AI는 외부 거대 언어모델(LLM)이나 공개형 AI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법원 내부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축된 자체 AI 플랫폼 위에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사법 정보의 보안성·독립성을 확보하고, 법원 업무 특성에 맞는 맞춤형 AI 모델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AI 시스템 특성상 일부 답변에 부정확하거나 미흡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며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의 검토·판단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사법부 AI 정책을 전담하는 사법인공지능심의관 보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이강호 대구고법 판사가 보임됐다.
대검찰청도 향후 생성형 AI 모델을 내부망 운영 방식(On-Premise)으로 구축하기 위해 최근 '형사사법정보시스템 AI 모델 개발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 용역을 발주했다.
대검은 이 사업을 통해 검찰 내외 환경 및 현황 분석을 통해 도출된 개선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검찰 AI 목표시스템 구축방안, 이행과제별 추진일정 등을 수립해 본 사업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에서 구상 중인 자체 AI 모델의 이행과제 후보는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지능형 법률 검색 △대용량 기록 AI 요약 및 쟁점 추출 △정형 데이터 증거 분석 지원 △공소장 등 보고서 초안 작성 등으로 이를 통해 검찰 업무를 지원하고 활용할 방침이다.
대검은 2027년 형사사법정보시스템 AI 모델 도입 1차 사업에 이어 2028년 AI 모델 도입 고도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로펌, 자체 AI 개발…'폐쇄형' 도입으로 데이터 보안 최우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에서는 법원, 검찰보다 빠르게 법률 AI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로펌에서는 고객 데이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두고 자체 AI를 개발해 △판례 및 법령 리서치 △번역 작업 △보고서 초안 작성 △계약서 검토 등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는 현재 대량 문서 번역 효율화를 위해 AI 번역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자체 AI 솔루션인 'eLK'를 개발하고 있으며 조만간 전사 출시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RAG 기반으로 설계된 독자적 생성형 AI 시스템을 개발해 2024년 12월 사내에 정식 오픈했다. 또한 지난해 초부터는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인 Harvey(하비)의 생성형AI를 도입해 글로벌 자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2년간 자체 개발한 AI 기반 검색 질의응답 서비스인 '아이율(AI:Yul)'을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법무법인 화우 역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인 'Chat화우'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법조계 "AI 활용 확대…최종 검토 중요"
법조계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AI 활용이 확대될 수밖에 없지만, 아직 AI가 도출한 결과의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최종 판단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AI 시스템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여서 완성도 있는 결과를 내놓지는 못하는 것 같다"면서도 "눈에 띄게 일을 줄여주지는 못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기록 검토와 판결문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부장판사는 "재판 업무 과정에서 다소나마 도움받을 순 있겠으나 판사라는 직업의 본질은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며 "도움받은 부분에서도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다면 결국 그 판결로 인한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크기 때문에 쉽게 쓰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부장검사는 "연차가 낮은 검사들이 했던 단순 작업에 들어간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수많은 증거 자료 중에서도 한 가지를 찾을 때 그 시간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검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자는 본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펌 시장의 경우 AI 개발로 인해 어쏘 변호사(로펌 소속 변호사)들의 자리가 좁아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견 로펌 대표변호사는 "법률 AI가 어쏘 변호사들이 하던 역할을 이미 하고 있고, 시간도 더욱 단축하고 있어 신입 변호사를 선발하는 것보다 AI 비용을 늘려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조만간 3년 차 이하 어쏘 변호사들은 점점 자리 잡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