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건강] 복부둘레가 체중, 체질량지수 보다 훨씬 중요하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20일, 오전 06:34

[이성배 인천세종병원 로봇수술센터·비만대사수술센터장]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체중은 그대로인데 왜 건강검진 수치가 나빠졌나요?”라는 질문이다. 이럴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지표가 있다. 바로 복부둘레, 즉 허리둘레다.

그 동안 비만 평가는 체질량지수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체질량지수는 간편하고 표준화된 지표지만, 지방이 몸 어디에 축적돼 있는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반면 복부둘레는 내장지방 축적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내장지방은 단순한 지방 저장소가 아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하며, 혈관 기능을 저하시켜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대규모 연구들에서 허리둘레가 10cm 증가할 때마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6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연관성은 체중이나 BMI를 보정한 후에도 유지된다.

임상 현장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경우는 체질량지수는 정상인데 허리둘레만 증가한 환자다. 이른바 ‘숨은 비만’으로, 겉보기에는 마른 체형이지만 내장지방은 이미 상당히 축적된 상태다. 동아시아인에서는 이런 형태가 더욱 흔하며, 실제 대사질환 위험은 과체중 환자 못지않게 높을 수 있다.

국내 기준으로 복부비만은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다. 이 기준을 넘는다면 현재 검사 수치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향후 대사질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생활습관 관리와 의학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제 비만과 대사질환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체중계 숫자만으로 건강을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허리둘레는 단순한 체형 지표가 아니라,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중요한 임상 지표다. 진료실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줄자 하나를 더하는 것. 그 작은 변화가 대사질환 예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성배 인천세종병원 로봇수술센터비만대사수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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