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없어 쌀 내민 보호자…돈 대신 마음 받은 동물병원 '훈훈'

사회

뉴스1,

2026년 2월 20일, 오전 11:00

이봉희 하스펫탈동물병원 원장이 구조견과 교감하고 있다. © 뉴스1


어느 날 진료가 끝난 뒤 동물병원 한쪽에 놓인 쌀 한 포대. 계산대에 영수증 대신 남아있던 배낭 등등.

최근 반려동물 진료비를 낼 돈이 없어 현물로 내는 보호자를 받아준 동물병원이 입소문을 타고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20일 하스펫탈동물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이곳을 찾은 한 강아지 보호자는 진료비를 현금 대신 '물건'으로 대신한다. 쌀, 새 배낭 등 집에 있는 물건을 들고 와 진료비로 건넨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탓이다.

의료진은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호자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진료비를 핑계 대고 동물을 버리는 무책임한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이봉희 원장은 "돈은 없지만 반려동물을 치료하고 싶어서 얼마나 고민했을까 싶더라"며 "쌀이라도 들고 오기까지 그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서 그냥 받고 쌀로 떡을 해 먹었다"고 웃었다.

진료비를 현물로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물은 받은 이유는 하나였다. 어느 병원에서도 안 받아주면 그 반려동물은 치료를 못 받을 테니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동물병원에는 치매를 앓는 어르신도 종종 찾아온다. 어르신의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으로 연락을 한다고. 어르신을 찾은 가족들은 의료진에게 잠시만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고, 의료진은 경찰과 가족이 올 때까지 커피를 건네며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반려동물만 치료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마저 보듬어 주는 곳. 이곳의 쌀 한 포대는 단순한 현물이 아니다. 누군가의 사정, 누군가의 고민, 한 생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봉희 원장은 동물행동 전문가이자 동물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사다. 그는 "동물병원은 기본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강아지, 고양이를 치료하고 보호자와도 소통하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동물이 사람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이봉희 하스펫탈동물병원 원장이 구조견을 치료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news1-1004@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