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보험금 때문 아내 살해" 20년 옥살이...사망 2년만 '무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20일, 오후 08:4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고의적인 저수지 추락 사고를 일으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 중 사망한 고(故) 장동오씨가 사후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2003년 7월 전남 진도군 명금저수지(현재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모습. (사진=뉴스1)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고 장씨에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는 지난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씨의 재심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과거 원심에서 무기징역 선고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이 영장 없이 수집되는 등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판단했다.

항소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7일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지난 18일이 설 연휴 공휴일이라서 하루를 더해 전날이 항소 기한이었다. 검찰이 전날까지 항소하지 않으면서 사후 재심 무죄 선고가 확정됐다.

장씨는 2003년 7월 9일 밤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몰다가 당시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고의 추락하는 사고를 내 조수석 동승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후 수사 경찰은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만 송치했으나, 검찰은 장씨가 아내에게 감기약이라고 속여 수면제를 먹인 뒤 8억 80000만 원대 아내 명의 보험금을 노려 고의 사고를 냈다며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장씨는 검경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였고 일부 보험은 아내가 직접 지인과 상담해 가입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장씨는 복역 중 2009년과 2010년,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번번이 기각됐다.

장씨는 지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재심 전문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와 경찰 관계자가 사건을 재조사했다. 그 결과 ‘끼워 맞추기식’ 수사 조작 정황 등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토대로 장씨는 2021년 네 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이듬해 9월 법원이 수사 위법성을 인정하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으나, 1년 넘게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졌다. 2024년 1월에야 대법원에서 재심이 확정됐다.

그러나 장씨는 재심이 확정된 같은 해 4월 형집행정지 결정 당일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재심 첫 재판을 보름여 앞둔 상태였다. 20여 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견뎌온 그의 사망 당시 나이는 66세였다.

지난 11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해남읍 광주지법 해남지원 법정 앞에서 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고(故) 장동오 씨의 유족이 재심 무죄 선고에 따른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심 재판부는 지난 11일 장씨 사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그에게 마침내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 재판들에서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로 작용한 증거들이 법원의 적법한 영장 발부 없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본 것이다.

이 외에도 재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혈액에서 수면제 등 이상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피해자의 신체에 의심스러운 손상 흔적이 남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장씨가 범행 과정에서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였다거나 차량 내에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장씨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뉴시스에 “장씨는 보험금 탓에 아내를 살해한 원통한 누명을 쓰고 20년여 복역하다, 죽어서야 무죄를 인정받았다. 재심 개시 결정 이후 불복한 검찰이 항고와 재항고로 1년가량 허비했고 그사이 쇠약해진 장씨가 옥중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승복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장씨의 억울한 옥살이에는 경찰과 검찰, 국과수, 법원까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수사·사법기관 중 1곳도 사죄 표명이 없어 아쉽고 너무도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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