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도 살인 현장 검증. (사진=대전MBC 뉴스 보도 캡처)
같은 은행 김모 과장(당시 45세)과 청원경찰 박 모씨(당시 53세)가 현금 가방을 옮기던 순간 검은색 그랜저 XG 승용차에서 권총을 든 2인조 복면강도가 나타났다.
강도들은 김 과장의 가슴과 팔 등에 실탄 3발을 쏘고 현금 3억 원이 들어있는 돈가방을 빼앗은 뒤 타고 온 차량으로 도주했다.
총에 맞은 김 과장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좌·우측 폐와 대동맥 손상으로 결국 사망했다.
강도들을 쫓던 경찰은 이들이 타고 도주했던 검은색 그랜저 XG 승용차를 범행 장소 약 170m 가량 떨어진 한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발견했다.
해당 차량은 도난 신고된 상태였으며 차량 내부에서 마스크와 손수건 등이 발견됐다. 지문과 DNA 감식을 진행한 결과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해당 은행 직원, 경비 업체 관계자, 유사 전과자뿐만 아니라 비디오 대여점에서 경찰관 피습 장면이 담긴 영화를 빌린 사람 등 5천 명의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 조사에 나섰다.
또 현장에 있던 보안업체 직원 등의 진술을 토대로 20~30대 남성의 몽타주를 그려 배포하고 현상금 5천만 원을 거는 등 용의자 특정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8개월 만에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20대 남성을 비롯해 용의자 3명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이들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해 증거불충분 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해당 사건은 2016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시행되면서 공소시효가 무기한 연장됐다.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2017년 10월 현장 수거품 가운데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손수건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해 용의자의 DNA를 확보했다.
경찰은 2001년에도 마스크 감식을 의뢰하긴 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DNA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DNA 정보를 대조하던 중 충청북도에 있는 한 불법게임장에서 확보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해 21년 만에 해당 사건 주범인 이승만(53)·이정학(52)을 검거했다.
이승만(위)과 이정학(아래) 몽타주와 얼굴 비교 사진. (사진=뉴시스)
조사 결과 해당 총기는 범행 두 달 전인 2001년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이들은 서로가 총을 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결국 이승만이 자신이 주도했다고 자백했다.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은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승만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추진하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정학이 병역을 마치지 않아 총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반면 이승만은 수색대대에서 군 복무를 마쳐 상대적으로 총기 사용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2심에서도 두 사람 모두 범행을 부인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여러 증거와 상황을 고려해 권총을 쏜 사람은 이승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심과 달리 두 사람 모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이정학에 대해서 “강도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임에도 원심이 유기징역을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정상 참작으로 감경하더라도 불리한 정상이 유리한 정상을 압도하는 만큼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재차 상고를 제기했고 대법원 재판부는 2023년 12월 14일 범인 이승만과 이정학의 상고를 기각해 각각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