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금수저 논란' 최가온…"흙·금수저와 무관한 '인간 승리'"

사회

뉴스1,

2026년 2월 21일, 오전 06:00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2026.2.14 © 뉴스1 김성진 기자

'여고생 스노보더' 최가온 선수(18·세화여고)가 역대 한국 설상 종목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최가온을 축하하기 위해 그가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현수막을 두고, 최가온의 가정 형편을 둘러싼 때아닌 '금수저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경제적 배경 등과 연결 지어 평가하는 시각은 '구시대적'이라며 성과 자체를 있는 그대로 축하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최가온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단지에 주민들이 최가온의 금메달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글과 사진이 확산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가온의 '금수저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금수저라 금메달 딴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측에선 "부자든 가난하든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한 선수만을 봐야 한다",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노력은 공평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현재 해당 현수막은 철거된 상태로 알려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수막이 민원으로 내려갔다는 글이 확산했지만 서초구청에 따르면 해당 현수막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없었다. 현수막은 최가온의 가족들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요청해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박재식 세화여고 교사(운동부장)는 "지도자 입장에서는 선수 하나로만 봐줬으면 좋겠는데 아파트 가격 등을 언급하며 금메달을 땄다고 보는 시선이 너무 마음 아팠다"며 선수의 성과를 배경이나 집값 등으로 판단하는 것이 "선수에게 가혹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과를 경제적 배경이나 계층과 연결해 평가하는 사회적 반응을 지적하며 선수의 노력과 성취 자체를 축하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금수저 논란'이 개인의 성취를 배경으로 환원하려는 심리와 능력보다 배경이 중요해진 사회 구조에 대한 불신이 결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경제적인 것에 너무 민감한 사회가 돼버렸다"며 "개인의 노력과 성과를 칭찬해 주면 되는데, 굳이 그 사람의 노력이나 능력이 아닌 다른 원인을 자꾸 찾으려고 하는 심리가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잘 된 사람을 볼 때 오는 박탈감 때문에 '저 사람 능력이 아니라 내가 안 가진 다른 배경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성공했고, 승리했다면 (그 자체로) 그냥 손뼉 쳐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성과의) 배경을 찾으려는 모습에서는 슬픔과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운동선수의 금메달을 경제적 배경과 연결 지어 평가하는 시각이 '구시대적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스포츠를 '가난을 극복한 인간 승리 서사'와 연결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그런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스포츠는 국격이나 계층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성취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며 "'금수저' 등의 이유로 성과를 비난하거나 문제 삼는 것은 변화한 사회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반응"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가온의 성과에 대해서는 "흙수저, 금수저와는 무관한 '인간의 승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가온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병원 검진 사진을 올린 뒤 "3 fractures(골절)."라고 적으며 세 군데 골절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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