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살인' 20대 여성 신상 비공개에도…온라인선 '신상털이' 조짐

사회

뉴스1,

2026년 2월 21일, 오전 06:00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6.2.12 © 뉴스1 안은나 기자

경찰이 이른바 '강북 모텔 연쇄 사망 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이미 피의자의 신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상 비공개 결정이 사적 제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피의자 신상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살인 및 특수상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 모 씨에 대해 신상 공개 없이 사건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신상 온라인 확산…"신상 비공개, 사적 제재 부추겨"
현재 단계에서는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 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대상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 씨의 이름과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소 등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사실상 신상이 공개된 셈이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신상 노출을 두고 사적 제재로 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법적 처벌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적 제재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 주목했다. 그는 "경찰의 신상 비공개 결정이 오히려 사적 제재를 부추길 수 있다"며 "공적 제재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가해자의 신상을 유포하는 등 사적 제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을 무릅쓰고 사적 제재에 가담한다는 것은 공적 제재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의미"라며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신상 공개된 사례들과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은 중대한 범죄인 만큼 경찰도 이런 민심을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가해자에 대한 신상털이나 욕설·성희롱 등은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대 범죄자의 경우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해당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마스크나 모자까지 제공해 피의자를 가려주는 사례는 드물다"며 "추가 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김 씨의 신상이 공개돼야 '나도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비공개 판단 존중해야…피의자 개인정보 유포시 명예훼손"
반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자의 인권 침해 우려를 들어 신상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차 교수는 "경찰이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판단했다면 사적으로도 공개돼서는 안 된다"며 "피의자의 인권을 제한하고서라도 공익이 크다고 판단했다면 경찰이 공식적으로 공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 피의자 역시 명예권과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인격권 보호가 중요하다"며 "피의자의 개인 정보를 불법 취득해 온라인에 유포할 경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형법 전공 교수도 이미 체포돼 구금된 피의자의 얼굴과 신상을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신상 공개는 도주 중이거나 추가 범죄 우려가 있을 때 공익을 위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상 신상 공개는 사실상 처벌과 유사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수준의 공개는 정당한 알 권리로 보기 어렵고 여론에 떠밀린 신상 공개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김 씨의 심리분석을 위한 프로파일러 면담을 마쳤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찰에 송부할 예정이다. 아울러 피해자 3명 이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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