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는 21일 ‘AI가 실업을 유발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로벌 경제 리뷰에서 “AI로 인해 노동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일자리가 아예 사라지는 충격이 올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지금까지 양상을 보면 ‘이번에는 다르다’라기보다 ‘이번에도 같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미국·독일·프랑스 등 다수 선진국에서 실업률이 상승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AI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청년층 고용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는 생성형 AI에 노출된 직종에서 22~25세 신입 직원 수가 약 16% 감소했다는 초기 대규모 데이터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딜로이트는 이러한 고용 둔화가 AI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2021~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과 지난 2022~2023년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기업 비용 부담을 키우면서 채용 축소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2021년 초 0.25%에서 2022년 여름 5.5%까지 상승했다. 기업 채용 둔화는 챗GPT 출시 약 6개월 전인 2022년 중반부터 시작됐으며, 당시 나스닥 지수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9월 사이 30% 넘게 하락했다. 기술 부문 일자리 감소 역시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채용이 조정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2025 연간 감원 발표 규모(자료= Challenger, Gray & Christmas. 딜로이트 인사이트)
딜로이트는 “AI가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재 선진국 노동시장의 약화는 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경기 순환 요인과 훨씬 더 관련이 깊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미국 사무직 고용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말 이후 관리·전문·영업·사무직 일자리는 약 300만 개 늘었다. 최근 3년 사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는 7%, 방사선 전문의는 10%, 법률 보조원은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문직·비즈니스 서비스 분야 실질 임금은 5%, 사무·행정직 임금은 9% 올랐다. 사무직 임금은 현재 생산직보다 약 3분의 1 더 높으며, 격차는 최근 3년간 확대됐다.
딜로이트는 이러한 흐름이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와 1990년대 인터넷 등장 당시와 유사하다고 봤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미국 일자리 구성 변화율은 과거 디지털 혁신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도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무직 고용은 1980년대 초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실질 임금도 약 3분의 1 상승했다.
AI 활용 범위 역시 아직 제한적이다. 앤트로픽 분석에 따르면 전체 직업 중 업무의 4분의 3 이상에서 AI를 활용하는 비율은 약 4%에 불과하며, 완전히 자동화될 수 있는 직무는 거의 없다. AI는 주로 텍스트 작성, 코드 작성, 정보 수집 등 특정 인지 활동의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 주석자, 현장 엔지니어, 최고AI책임자(CAIO) 등 새로운 직종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올해 안으로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컴퓨터 기술 발전 시기에도 일부 직종은 큰 타격을 입었던 만큼, 적응하지 못한 사무직 종사자는 도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딜로이트는 결론적으로 “AI가 노동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의 지표는 대규모 실업 쓰나미보다는 점진적 변화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