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9일 초등학생 아들 2명을 살해한 40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남부지법 본관 앞에 도착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2년 4월 5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금천구 주거지에서 치킨과 피자, 케이크 등을 준비한 뒤 두 자녀과 자신의 생일을 함께 보냈다. 학원에서 돌아온 첫째 아들은 A씨를 향해 “엄마에게 생일 선물을 사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식사를 마치고 안방에서 아들 B(당시 8세)군, C(당시 7세)군과 침대에 누운 뒤 잠이 들려 하는 자녀들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B군 등은 엄마의 팔을 잡아당기거나 발버둥 치며 저항했지만 A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두 아들을 살해했다.
이후 A씨는 별거하던 남편 D씨의 집을 찾아가 살해 사실을 밝히고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A씨의 범행 동기는 생활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결혼한 뒤 D씨의 부재가 잦아 사실상 자녀들을 홀로 양육해왔는데 남편이 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불화를 겪은 것이었다. 당시 주거지에는 변제 독촉 우편물이 오기 시작했는데 A씨는 이를 해결하라고 남편에게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D씨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계속된 냉대와 불화에 A씨는 남편과 별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A씨는 D씨가 퇴사한 사실을 알게 된 뒤인 2022년 4월 4일 압류의뢰예정통보서를 받고 주거지 압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이에 A씨는 D씨와 시댁 가족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이를 확인하지 않자 범행을 결심했다. 자녀들과 자신이 죽으면 남편 등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A씨는 수사 기관에서도 범행 배경으로 ‘남편에게 지옥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거나 ‘남편의 가정에 대한 무관심’을 언급했다. 또 ‘자수 직전 시댁으로 간 이유’에 대해서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시댁 사람들이 전화만 받았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래서 복수하고 싶었다. 시댁에 가서 죽으면 그들에게 지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는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심, 징역 20년 선고…2심 항소 기각
1심 재판부는 “남편이 부부관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2019년 11월경부터 장기간 별거하는 중에도 급여 대부분인 월 300만 원 가량을 피고인에게 주고 자신은 10~20만 원 정도의 용돈만을 받아 생활하는 등 최소한의 경제적 역할마저 방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D씨는 별거 및 지방 출장 중에도 아버지로서 피해자들과 1~3개월에 한 번 정도 만나거나 더 자주 전화통화를 했고 피고인의 범행 직전인 3월 9일에도 피해자들을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 시간을 보냈다”며 “가족 구성원으로서 피고인과 피해자들을 완전히 유기해 놓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제적 사정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다’, ‘생활비를 주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생활고 그 자체로 인해 절망감과 불안감을 느꼈다기보다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신속하게 해결해 주지도 않는 남편 등에 대한 분노 감정을 더 크게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남편이나 시어머니, 형제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피고인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로 봤지만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심각했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흔적, 직업을 구해본다든가 아니면 정신과나 상담소에 가서 상담을 받아본다든가 하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은 태어난 순간 그 자체로 독립된 귀중한 생명이고 아직 꿈을 펼쳐보지도 못했다. 영문도 모르고 더더욱이나 믿고 따랐던 엄마 손에 의해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다”며 “이 사건은 동반자살 사건이 아니라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와 검사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