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막는다…중증환자 병원 지정, 광역상황실이 맡는다(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25일, 오후 07:47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정부가 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송체계를 대폭 개선한다.

심정지·뇌졸중 등 중증환자를 이송할 병원 지정은 119 구급대가 아닌 보건복지부 산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맡는다.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병원 선정에 시간이 걸릴 경우에는 초기 치료가 가능한 ‘우선 수용병원’으로 환자를 먼저 옮긴다.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전전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관련 브리핑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시행

복지부와 소방청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와 응급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시범사업은 광주광역시·전북특별자치도·전라남도 등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다음 달부터 5월까지 석 달간 시행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해 올해 하반기 중 전국으로 확대하는 표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 대책 마련을 주문한지 두 달 만에 나온 조치다.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중증도별 이송 분리’다.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심정지 등 ‘병원 전 단계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pre-KTAS) 1·2단계에 해당하는 응급 환자는 광역상황실이 병원 수용 능력을 확인 한 뒤 이송 병원을 선정한다. 지금까지는 119구급대원이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이송 여부를 확인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거절로 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앞으로 119구급대는 환자의 정보 등을 내부 시스템을 이용해 광역상황실과 소방청 산하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동시 전송해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는 역할은 광역상황실이 전담한다. 다만 긴급성이 높은 경우에는 광역상황실과 119센터가 함께 병원을 선정한다.

이송이 지연될 경우 광역상황실이 환자에게 안정화 처치를 해 줄 수 있는 우선수용 병원을 지정해 옮긴다. 이후 최종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경우에는 119구급대가 환자 이동을 지원한다. 현재는 병원 간 전원은 민간 구급차를 이용해야 했다.

중등증 이하 응급환자는 119구급대의 판단으로 병원을 선정해 곧바로 환자를 이송한다. 이 과정에서 이송 전 환자 정보를 해당 의료기관에 사전 공유한다. 절단된 손·발 수술, 소아, 분만 등 저빈도·고난도 질환에 대해서는 인접 시·도의 의료자원까지 고려한 이송 병원 목록을 마련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시범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보 공유 체계도 강화한다. 구급대가 현장에서 파악하는 환자정보 항목을 정비하고,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통해 이를 병원과 광역상황실에 공유한다. 병원의 중환자실·수술실·자기공명영상(MRI) 장비 등 의료자원 현황도 실시간으로 공유해 수용 가능 여부를 신속히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19구급차. (사진=연합뉴스)
◇중증도별 이송 분리…응급의료계는 반응 엇갈려

정부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응급환자 중증도에 맞는 적정 치료를 병원별로 제공할 수 있도록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지정기준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지역 병원에서 근무할 필수·응급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등도 추진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는 해결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논의의 핵심 주체가 돼야 한다”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 모두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번 시범사업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에 응급의학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날 “지역의 응급의료체계와 지침을 존중하고 소통과 협업을 통해 이번 시범 사업을 시작해 긍정적”이라며 “시범 사업을 통해 응급의료 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향후 응급의료체계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형사상 면책, 민사상 손해 배상 최고액 제한과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도 국회 입법을 통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봉직의와 개원의 등을 중심으로 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시범사업은 특정 직역의 편의와 정치적 이해 득실을 고려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준비와 협의 없는 발표는 혁신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라며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면 향후 발생하는 모든 혼란과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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