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9시 20분께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지하주택에 살던 박모(60)씨와 박씨의 장녀 김모(35)씨, 차녀(32)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세 모녀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게 됐다.
세 모녀가 발견된 지하 1층 방 창문은 청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방문도 침대로 막아진 채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시신은 일주일 정도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집 주인 A(73)씨는 경찰에서 “일주일 전부터 TV 소리만 나고 인기척이 없어 의심스러워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작은딸과 함께 살고 있었고, 인근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잇고 있었다.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었지만 병원비가 비싸 치료를 받지 못했고, 작은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지만 빚으로 인해 신용불량자였다.
월세에 공과금까지 한 달에 60만~70만 원을 주거비로 내고 나면 세 식구가 먹고 살 돈은 50만~80만 원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2003년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박씨가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사건 발생 1달 전 몸을 다쳐 식당 일을 그만두면서 실의에 빠졌다.
결국 집세 및 공과금 70만 원이 든 봉투와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유서에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들은 복지급여 상담 등도 일절 받지 않아 전화번호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고 경찰은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있거나 실종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현행법상 휴대전화 추적도 못 해 사실상 세모녀는 안전망 체제에서 사라진 상태였다고 한다.
국민들이 세 모녀의 죽음을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자살을 결심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집세와 공과금을 두고 떠났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대한민국 사회복지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들을 위한 법적 정비가 이뤄졌다.
사건 이후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과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세 모녀 법안이 발효된 이후에도 2018년 ‘증평 모녀’ 사건, 2019년 ‘관악구 탈북모자’ 사건,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 2025년 ‘익산 모녀’ 사건, ‘의정부 모자’ 사건 등이 벌어졌다.
이처럼 국가의 도움이 닿지 않아 생을 마감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신청주의에 기반한 현행 복지체계 개편 논의와 함께 긴급위기가정 지원에 대한 제도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양 의무자 기준은 가족과 연락이 끊겼거나 가족도 부양할 능력이 없는 현실에서는 족쇄와 같은 제도였다. 생계와 의료급여 지원을 받으려면 가족관계 단절 등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해도 가족에게 수급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일도 많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60만 명에 이르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가장 실질적인 생계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향후 5년 내 폐지·완화한다. 의료급여의 경우, 현재는 중증장애인 가구를 제외하고 부양의무 기준이 적용된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저소득층이 복지지원 제도를 모르고 있거나 신청을 하지 않아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복지 지원금 지급 제도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인공지능(AI) 활용이지만 개인정보 관리와 부처 간 연계 부족, 현장 공무원 업무 과중 등 여러 이유로 빈 틈이 많다.
또 정부가 사각지대 발굴에 애쓰고 있지만, 정작 복지 급여의 문턱이 너무 높다 보니 실제 공적 지원은 미비했던 걸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