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요구는 청소년 강력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때마다 반복돼 왔다.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촉법소년 상한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연령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논쟁은 재점화되고 있다. 이데일리는 촉법소년 연령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엇갈린 의견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은 양지윤 최오현 방보경 염정인 기자] 현재 형법상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는 14세 미만(이하 만 나이 기준)으로 촉법소년은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다. 촉법소년의 경우 성인과는 달리 형사 책임능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사회봉사 △보호 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면서 “국민들 의견을 수렴해 보고 두 달 뒤 결론내자”고 말했다.
이같은 논의는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가 지속 증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경찰이 집계한 촉법소년 범죄발생현황에 따르면 2021년 1만 1677명에서 2025년 2만 1095명으로 5년새 약 2배 증가했다.
촉법소년 상한연령 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찬성측은 과거와 달라진 청소년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중대범죄를 대응하기 위해 1년 정도는 낮추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소년범 문제는 연령을 건드려 처벌을 확대하는 게 아닌 이들을 사회적으로 품을 수 있는 예방·보호·재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찬반을 막론하고 연령조정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조정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과거 67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촉법소년 기준을 만 14세로 정한 게 1958년이었던 만큼 13세로 낮추는 건 시대변화에 따른 무난한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기록이 전혀 남지 않는다고 오해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사법시스템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급격한 변화는 사회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한 번 하향 조정하면 다시 올리기도 어려운 만큼 한 살 정도의 하향조정이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소년들의 육체적·정신적 성숙이 예전보다 빨라져 1년 정도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년까지 낮추면 초등학생이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돼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경각심 제고가 제도 변화의 취지인 만큼 법을 개정하더라도 바로 시행하지 말고 1년 정도는 계도기간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발달로 청소년 범죄 수법이 고도화된 환경에서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면책권을 주는 건 공정성에 반한다는 지적이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TV, 라디오도 제대로 없었지만 지금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성착취 범죄도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범죄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에 비해 많아지는데 성인과 다름 없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해 처벌을 피하는 것은 불공정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신혜성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는 “소년원 재소 2년만으로는 부족한 정도의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1%에 대해 그 이상의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라며 “현재도 13~14세 중 대부분이 소년재판으로 가고 있는 만큼 부작용이 크게 발생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청년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왔던 김지연 김지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미성년자 범죄의 피해자는 가해자보다 더 어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조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 경찰청, 그래픽= 문승용 기자)
신중론자들은 소년범 문제를 촉법소년 연령 조정으로 대응하는 건 본질을 비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최호식 법무법인 우승 대표변호사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3세로 낮추면 ‘12세는 범죄를 안 저지르냐’는 얘기가 나올텐데 그럼 계속 낮춰가야 하느냐”며 “특정 사건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례를 두고 소년들의 성장과 특성을 고려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2007년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12세 이상에서 10세 이상으로 조정한 건 소년층을 더 두텁게 보호하자는 취지였다”며 “기준연령을 하향 조정하자는 의견은 소년을 보호가 아닌 처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4세 미만 소년의 범죄율은 전체 소년범의 0.1%에 불과다”며 “실제 촉법소년의 비행이 얼마나 흉포화됐는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범죄 억지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처벌을 강화하는 건 일반인들의 ‘인과응보’ 감정을 해소하는 역할만 할 뿐이지 실질적으로 범죄율이 줄거나 재범이 감소하지는 않는다”며 “청소년 범죄는 우발적이거나 또래 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 강화만으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취업 가능 연령(15세 이상), 투표권(18세 이상), 민법상 혼인 가능 연령(18세 이상) 등 다른 법조항을 감안하면 다른 영역에서는 아직 충분한 판단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범죄에 대해서만 성인과 유사하다고 전제하는 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연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2~13세 아동은 전두엽 피질 자체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 추상적 추론 능력이 여전히 발달 과정에 있다”며 “소년원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아이들이 흉폭해졌다기 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대표)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건 비용도 적게 들고 국민 법감정에는 맞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서도 “이런 접근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 보긴 어렵다. 위기 아동·청소년에 대한 조기 개입 체계와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에 대한 사후 교육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지를 고민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다만 현행 소년범 보호처분 체계가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연령 조정과 무관하게 현재 인프라로는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소년원 송치기간 다양화 △보호관찰 시설·인력 확충 △심리치료 프로그램 도입 △사후관리 체계 정비 등이 보완책으로 제시됐다.
신 변호사는 ”10호(소년원 재소 2년) 이상의 장기 보호처분을 늘린다면 오히려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받는 것보다 교육적 효과는 좋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위 ‘묻지마 범죄’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보호처분 중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내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격차 문제는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보호관찰소가 도시 중심으로 있다보니 실제 자기 집 근처에서 보호관찰을 못 받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소년사건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일반 형사사건 피해자에게 보장되는 수준의 정보 접근권과 의견 진술권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지선 선임연구위원은 ”소년이 보호처분 절차를 밟게 되면 피해자는 사건 진행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없고 의견을 전달할 통로도 사실상 차단된다“며 ”가해자의 장래를 위해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장치를 두는 방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