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의 모습. 2025.9.25 © 뉴스1 안은나 기자
사법개혁 3법 입법이 마지막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법관 증원법은 국민의힘의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끝나는 대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을 기존 14명에서 3년간 12명을 늘려 총 26명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2022년 기준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는 연건 5만 6000건을 초과해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50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해야 했다. 그로 인해 심층적 심리와 숙의가 어려워졌다.
그렇다보니 많은 사건들이 별도 심리 없이 상고심을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돼 비판을 받았다.
이에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증원함으로써 대법원의 심리 충실성과 사회적 신뢰를 제고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하고자하는 취지에서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28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단기간 많은 수의 대법관을 증원할 경우 사법부 독립성 침해와대법관 증원에 따른 하급심(1·2심) 부실화 등을 이유로 보완 입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전체 대법관 26명 중 22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법률 공포 후 2년 뒤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증원된다. 이 대통령은 증원분 12명에 더해 임기 중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 10명의 후임까지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관 인선은 정치적 성향·성별·출신 지역 등 균형과 중립성을 원칙으로 했다. 그런데 특정 정권에서 대대수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사법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고법판사 출신 A 변호사는 "특정 시점의 정치권력이 대법관 구성을 대폭 변경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릴 경우, 사법부는 장기적 독립성의 균형을 잃는다"며 "국민이 사법을 정치의 연장선으로 인식하는 순간, 최종심의 권위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법관 후보 추천 방식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2.25 © 뉴스1 김도우 기자
'대법원 판례의 다원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일관성이 요구된다. 대법관 인원이 두배 가량 늘어나게 되면 시간적·물리적 제약 등으로 전원합의체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게 되면 소부 중심으로 분산해 심리하는 형태가 상시화될 것"이라며 "그 결과 동일한 법률 쟁점에 대해 다른 해석이 병존하는 판례의 다원화가 현실화할 수 있는데, 이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붕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A 변호사는 "사법은 다수결 기관이 아니다"라며 "다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정제된 소수의 법리 판단이 국가의 최종 기준을 세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적 팽창은 단기적 통계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나, 최종심 무게를 가볍게 만들 위험을 내포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증원된 대법관 수를 지탱하기 위해 하급심 법관 증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 자원이 대법원에 집중 투입될 경우, 그만큼 하급심은 인력난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을 늘리려면 우선 하급심 법관 수를 늘려 충실하게 해둬야 하는데 이 같은 제도 구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younm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