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3법 마무리에 대법원장 사퇴 압박까지…진퇴양난 사법부 앞날은

사회

뉴스1,

2026년 3월 01일, 오전 06:00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사법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법원의 우려에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대법관증원법을 마지막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모두 넘었다. 전국 법원장들이 모여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법원행정처장까지 직을 내려놓았지만 법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여당은 지난해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파기환송한 이후 사법부를 상대로 1년 가까이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사법 3법 마무리 이후에도 여권 일부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에, 더 나아가 탄핵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차례로 넘었다.

그간 사법부는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숙의 기간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국회는 도리어 입법 당위성을 거론하며 빠른 속도로 법안을 처리했다. 대법원은 오는 12일과 13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사법부를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본격적으로 공세를 편 시점은 지난해 6·3 대선을 앞두고 나온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때다.

지난해 5월1일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접수한지 34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로 사법부가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법원 접수 후 판결까지 35일 안에 마무리된 형사 사건 1822건 중 파기환송은 이 대통령 사건이 유일했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해 10월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에 불러 공세를 이어갔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에게 "이재명 대통령 재판이 옳았느냐", "사퇴할 용의가 있는가" 등 발언으로 압박을 가했다.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공격을 더욱 거세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희대 사법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함으로써 사법정의를 흔들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9 © 뉴스1

이후 여당은 사법개혁 3법 입법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사법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냈다. 지난달 25일 전국 법원장은 대법원에 모여 사법개혁 법안과 관련한 논의 끝에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협의체를 통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법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처벌대상과 적용 사건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일부 수정한 법 왜곡죄를 빼면 사법개혁 3법은 사실상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 대법원장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대표는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하자 '사표 낼 사람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제22대 국회 임기가 오는 2028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사법부를 향한 국회의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조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하며 '거취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조만간 국회에서 열릴 대법원장 지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위원 인사청문회부터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은 노태악 선관위원장 후임으로 천대엽 대법관을 내정했는데, 여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천 대법관 지명 당일 민주당은 "천 내정자는 조희대 사법부의 법원행정처장으로 사법행정을 총괄해 온 책임자"라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천 내정자는 조 대법원장과 함께 내란에 침묵하며 사법 불신을 자초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힘겨루기도 더욱 격화될 수 있다.

헌재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제에 사법부와 달리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헌재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해야 기본권 구제의 사각지대가 사라진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처럼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사실 확정이나 법률 해석·적용을 재차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일축했다.

법조계에선 여대야소 지형이 이어지는 만큼 국회와 사법부가 갈등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한 현직 판사는 "법원 내부에서는 국회가 주도하는 사법개혁이 무리하다는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작 국민들은 큰 불만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법관 대부분이 사견을 밝히지 않은 않는 성향인 점을 고려하면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반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archive@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