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아닌 사법부 굴복용" "할 수 있는 게 없다"…법원 내부 '분노·무력감'

사회

뉴스1,

2026년 3월 01일, 오전 06:00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27 © 뉴스1 최지환 기자

재판소원 도입과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개혁 3법'이 모두 통과되자 법원 내부에서는 분노와 무력함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판사들은 사법개혁 3법인 개혁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법부를 압박하는 성격이 짙다면서도, '어차피 통과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선 법관들은 향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법원의 확정된 재판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판결하거나 사건을 처리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왜곡죄를 통과시켰다. 세 가지를 묶어 '사법개혁 3법'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은 이미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어 마지막 남은 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2월28일 본회의를 통과하며 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 과제를 완수했다.

"개혁이라기엔 조잡…국민들 '소송 지옥' 빠질 것"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게 사법개혁이냐, 아니면 사법부를 굴복시키기 위한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며 "최근 주요 정치인 관련 판결들이 여권 기대와 다르자 갑자기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개혁이라는 기치를 달고 나오기에는 조잡하고 치졸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대법원을 정책 법원이 아닌 '사안 해결형' 법원으로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서 "법원이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모였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 없이 단순 입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재판소원 도입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헌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재판 대상에서 제외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병렬적으로 두고 있는데, 하위 법률을 바꿔 헌재를 사실상 상위에 두겠다는 발상이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소원은 희망 고문이고 국민 기만"이라며 "우리나라 소송 문화 정서상 패소자들은 오기로 '끝까지 가보자'며 소송 지옥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를 봐도 재판소원 실제 인용률은 1%도 안 된다"며 "헌재는 마치 재판소원을 통해 기본권 보장을 대폭 확대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는 사전심사로 대부분 각하해 버리고 몇 건만 뽑아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민은 소송비용만 낭비하고, 소수의 변호사나 교수 등만 돈을 버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 불만이면 고소부터…모두가 모두를 의심"
법왜곡죄 신설을 두고는 구성요건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공통으로 제기됐다.

한 부장판사는 "판결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이 일단 고소부터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 유리한 판결을 문제 삼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가 판사를 수사할 때 계속 부를 수가 있다"며 "그러면 판사는 판결 하나 하고 계속 수사를 받으러 다녀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고법 판사도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가 문제"라며 "불리한 판단을 받은 피고인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치인이 피고인이 되면 다들 한 번씩 (수사를) 거쳐가야 된다고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과 증원과 관련해서는 인적 자원이 갑자기 대법원으로 쏠리게 되면서 사건 적체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장판사는 "대법관 1명이 늘어나면 이를 보좌할 연구관과 지원 인력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며 "하급심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1, 2심 재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뉴스1

"할 수 있는 게 없다"…"판사들 자기일 아니라 여겨" 비판도
법원 내부에서는 '어차피 법 통과를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과 자조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국회를 설득하는 건 이미 단계가 지났다"며 "이렇게 섣부르게 추진되는 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냐"고 했다.

고법 판사도 "위헌성 문제 등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데 법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며 "법원장 회의 등에서 목소리 내는 거 외에 다른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개혁 3법에 대한 공개적 행동이나 대응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때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이와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같은 법원 내부 분위기에 대해선 냉소적 평가도 나온다.

한 고법 판사는 "코트넷(법원 내부망)에 글이 안 올라오는 건 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법원의 존폐가 걸린 문제는 아니라고 여기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사들도 기본적으로 각자도생 분위기가 팽배하다"라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기점으로 생긴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집권 여당, 시행 후 부작용까지 고민해야"
판사들은 사법개혁 3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였다.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시행 이후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는 게 과연 집권 여당의 올바른 태도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한 고법 판사는 "결국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이 다 법원을 못 믿겠다는 데서 출발한다"며 "판사가 법을 왜곡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1·2·3심 판단을 다 납득할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하고, 대법관 몇 명 만으로는 대법원 판결을 못 믿겠다는 건데 새로운 법을 시행한다고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법을 시행해도 법원을 못 믿을 거고, 부작용을 생길 텐데 그러면 이 법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부장 판사는 "이번 법의 부작용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고, 이를테면 10년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며 "그때 가서 되돌리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텐데, 과연 여당이 그 부분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6.2.28 © 뉴스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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