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대법원의 모습.2025.12.8 © 뉴스1 김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입법이 2월 28일 마무리되면서1987년 개헌 이후 유지돼 온 사법 체계의 큰 틀이 39년여 만에 전면 개편된다.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판할 수 있고, 대법관은 2년 이후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총 12명이 늘어난다.판사, 검사 등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법왜곡죄'도 신설됐다.
확정판결 헌재가 다시 심판…취소 땐 관련 법률관계 '혼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5.4.1 © 뉴스1 장수영 기자
먼저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법부의 최종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까지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은 확정된 재판을 대상으로 하며 △헌재 결정에 반한다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등이다.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은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아울러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받아들이는 경우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심판 대상이 된 재판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
이 법은 공포된 날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위헌 소지가 있는지 검토한 뒤 이르면 10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법 시행 이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며, 가처분 신청은 법 시행 당시 헌재에 계속 중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도 적용된다.
이르면 당장 이번 달부터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불복하는 재판소원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에서 패소하거나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이 그 판결 효력을 늦추려고 의도적으로 재판소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명도소송에서 임대인이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패소한 임차인이 재판소원을 청구하고, 가처분까지 신청하면서 그 효력을 늦추려고 할 수 있다. 법원의 강제 경매 절차를 통해 아파트에 대한 낙찰을 받게 되더라도, 경매가 진행되게 된 이전 사건의 판결이 재판소원으로 취소될 경우 그 아파트의 소유권까지 무효가 될 수 있다.
행정소송을 통해 확정된 징계나 영업정지 처분 등에도 불복해 재판소원을 청구할 경우 그 효력이 중단되거나 늦춰지면서 관련 업체 혹은 공공기관의 인사 체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에 따른 후속 판결과 이에 대한 새로운 재판소원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헌재의 재판 취소 이후 법원에서 다시 어떤 절차에 따라 재판할지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재판소원을 통해 그 확정 판결이 취소될 경우 곧바로 석방되는지, 이혼 확정 판결이 취소될 경우 이미 이뤄진 재혼도 취소가 되는지 등 이후 절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헌재에 접수되는 심판사건 수가 증가해 헌재의 현재 인적 현황으로는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헌재 역시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다면 헌법연구관 및 심판지원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공포하자마자 시행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 시행 초반에는 현재의 인력 구성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시설 확대 불가피, 전원합의체 구성도 쟁점…'법 왜곡죄' 판사·검사 고소·고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증원은 법안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대법관이 증원되면 그들을 보좌할 재판연구관을 늘려야 한다.
올해 배치된 법관인 재판연구관은 총 102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12인) 1인당 평균 8.5명의 법관인 재판연구관이 배치된 상황이다.
이 비율을 유지한다면 대법관 12명의 증원은 1·2심 법관 100여 명의 재판연구관 배치가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하급심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2026.1.22 © 뉴스1 오대일 기자
전원합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24명의 대법관 중 각 12명씩 제1·2연합부를 구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판례변경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법원장 외 대법관 3분의 2로 구성된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아 향후 구체적인 논의 및 개정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관 증원 인원에 비례해 재판연구관 등 보조 인력 증원으로 인한 인건비 증액, 대법관실 추가 설치에 따른 시설비와 비품 자산 취득비 등도 필요하다. 연합부 동시 심리를 위한 법정을 새로 설치해야 하고, 소부 선고를 위한 소법정도 추가해야 한다.
김도형 서울고법 고법판사는 지난해 12월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대법관 13인 기준의 대법정을 25인 기준으로 변경하기 위한 공사가 필요하다"며 "대법관이 다수 증원돼 2개 이상의 합의체를 구성해 기일을 진행하더라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사건을 위한 대법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는 법 왜곡죄 도입으로 경찰과 검찰에서의 수사를 비롯해 법원 판결에 대해 무분별한 고소와 고발이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적극적인 수사와 재판 진행 등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선처하는 경우가 있지만, 더 기계적인 결정과 판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수사가 진행되거나 패소한 경우 그 경찰이나 검사, 판사를 법 왜곡죄로 고소·고발해달라는 의뢰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실제 법 왜곡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을 수 있어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