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왁뿌볼·말랑이 사줘"…유행템 성지로 반짝 뜬 창신동 문구시장

사회

뉴스1,

2026년 3월 01일, 오전 07:00

2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에서 시민들이 진열대의 장남감을 구경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유채연 기자

"엄마, 여기 왁뿌볼 있어!"

"아이 같은 반 친구들 다 데리고 경기 양주에서 1시간 30분 걸려서 왔어요."

침체됐던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이 최근 다시 반짝 살아나고 있다.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있어서라기보단, 온라인을 타고 유행하는 장난감들 때문이다.

'말랑이', '왁뿌볼' 등 최근 유행하는 새로운 장난감들을 한군데서 만져보고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단 장점 때문에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키덜트(키즈+어덜트) 20·30대도 창신동을 찾고 있다.

진열대엔 신학기 준비물보다 SNS 유행 장난감…"스퀴시·말랑이 잘 팔려요"
뉴스1 취재진이 지난달 27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은 장난감을 사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장난감을 많이 파는 가게들 앞에선 3m 정도의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차 지나가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신학기를 목전에 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점의 진열대는 필기구, 실내화 등 학교 준비물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왁뿌볼·말랑이, 키캡 키링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장난감들이 채워진 박스가 성인 키 높이만큼 쌓여 있고, 상인들은 쉴 새 없이 장난감 박스를 새로 뜯었다.

이 장난감들은 최근 SNS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말랑이는 탄력 있는 질감을 가지고 있어 계속 만져도 원래 모양을 복원하는 장난감으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기가 많다. 왁뿌볼은 말랑이와 클레이 등을 왁스로 코팅한 장난감인데, 안은 말랑하면서도 겉은 부서지는 질감으로 입소문을 탔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신학기 특수'를 누리지 못한 창신동 완구문구시장의 상인들은 SNS에서 유행하는 장난감들이 잠시라도 '효자상품'이 되고 있다고 웃음꽃을 피웠다.

이 거리에서 30년간 완구 매장을 운영해 온 오 모 씨(51·남)는 "문구가 정말 잘 팔리던 과거에 비해서는 매출이 늘어난 게 아니지만, (특정 장난감 유행 등)한철 '시즌'이란 게 있으니까 그거에 맞춰서 전진을 해보려고 한다"며 "잘 나가는 주 상품도 잘 나갈 땐 굉장히 잘 나가다가 아닐 땐 안 팔리고 굴곡이 심한 편인데, 3월은 신학기니까 매출을 더 기대하게 된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왁뿌볼이면 다 좋아"…어린이부터 20·30 키덜트족까지 '북적'
이날 시민들 대부분이 문구보단 장난감을 찾았다. 왁뿌볼과 말랑이, 키캡 키링 등 새로운 장난감들을 사기 위해 먼 지역에서 일부러 창신동을 찾는 시민들도 있었다.

9세 자녀와 경기 양주에서 왔다는 김 모 씨(40·여)는 "아이 반 친구 엄마가 문구거리에 가자고 해서 다 같이 따라왔다"며 "아이에게 1만원 쥐여주고 사고 싶은 것을 알아서 사게 하고 있는데, 요즘 유행하는 키캡 장난감을 사더라"고 말했다.

말랑이 구경에 여념이 없던 김 모 양(9)은 '뭐 사러 왔냐'는 질문에 버터 모양 말랑이를 가리키며 "말랑말랑해서 좋다"고 했다. 어머니를 따라 문구시장을 찾았다는 유 모 양(9)도 "왁뿌볼이면 다 좋아한다"며 활짝 웃었다.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장난감을 사러 온 '키덜트'(키즈+어덜트) 20·30대 소비자도 많았다.

친구와 함께 거리를 방문한 김서영 씨(25·여)는 "요즘 제 알고리즘은 왁뿌볼과 말랑이로 지배당했다"며 "촉감이 중요한 장난감들인데 그냥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단 이렇게 한꺼번에 오프라인에서 파는 곳을 찾다가, 창신동을 추천한다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고 친구랑 날 잡고 왔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에서 왁뿌볼을 만져보고 값싸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의 릴스가 다수 올라와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선 배송비 별도로 3000원대에 구매해야 하는 말랑이와 왁뿌볼이 창신동 문구시장에선 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2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에서 전통 문구를 파는 완구 상점이 사람이 없이 휑한 모습. 2026.2.27 © 뉴스1 유채연 기자

창신동 완구시장 한편은 '휑'…"언제까지 문구 장사 할까요"
다만 변신 로봇이나 스티커 등 전통적인 장난감을 팔거나, 문구류만 파는 상점들은 여전히 손님이 없어 휑했다. 상인들은 일시적인 유행이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푸념했다.

창신동에서 완구 상점을 운영하는 한 50대 상인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문구·완구를 구매하는 등 소비문화가 바뀌고, 점점 애들도 줄어들면서 장사 안되는 곳이 너무 많다"며 "지금이 사람이 많은 편인데, 전혀 즐겁지가 않다. 언제까지 이 장사를 할지 생각하는 가게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도 일시적인 유행은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등 오프라인 문구 상권을 살리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장난감 유행이 전체 매출 판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나 시장 자체가 작다"며 "살아남는 업장들은 유지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현재 완구·문구 시장 자체가 확장성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구·완구를 고급화, 맞춤화한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존재하지만, 예전처럼 박리다매로 많이 판매하는 건 현실적으로 전망치가 밝지 않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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