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식목일은 깊은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조선 성종대왕이 1493년 음력 3월 10일(양력 4월 5일)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갈고 나무를 심었던 ‘친경(親耕) 및 친식(親植)’에서 유래한 식목일은 1946년에 제정해 헐벗은 국토를 녹화하고 국민의 나무사랑 정신을 북돋우는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나무 심기는 가히 기적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난 80년 동안 145억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고 세계적인 녹화 성공 모델로 평가받아 산림 녹화 기록물이 지난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영예도 안았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교훈을 준다. 온 국민이 합심해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저력을 증명한 것으로 오늘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됐다. 우리 숲의 경제·공익적 가치는 408조원으로 국민 1인당 490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산불 피해지의 복구, 미세먼지 저감 숲 조성, 목재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경제림 조성’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 식목일인 4월 5일까지 전체 조림 면적의 약 30%를 심고, 나머지 대부분은 4월 말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잎의 발생 시기가 약 7일 정도 빨라진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산불 예방과 조기 식재를 위해 3월 중순부터 식목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목일의 날짜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크다. 식목일은 단순한 작업일이 아니라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국가 기념일이다.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3월 하순의 이상 저온 현상과 부족한 강수량으로 인해 너무 일찍 나무를 심는 경우 오히려 건조 피해와 고사가 우려된다고 한다.
한반도 전체를 고려할 때 북한 지역의 기후와 통일 이후의 산림 복원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향은 기념일은 4월 5일로 유지하되 실제 ‘나무를 심는 기간’은 지역별 기후 특성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미 산림청은 2월 하순부터 4월 하순까지를 지역별 나무 심기 기간으로 설정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림의 탄소 흡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산림 경영이 지속 가능하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산림과학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수종 개발, 숲 가꾸기와 임도, 산림 재난 대응 등을 위한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심은 나무를 잘 가꾸는 ‘육림(育林)’의 중요성을 인식해 주면 좋겠다. 나무는 심는 것만큼이나 가꾸는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가치를 창출한다. 식목일의 날짜 논쟁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나무를 심고 아끼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숲은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기후 위기 시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행위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가장 숭고한 실천이다. 이번 식목일을 계기로 산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기대한다. 나무를 심자. 우리의 꿈과 희망, 그리고 빛나는 미래를 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