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세돌 9단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를 상대로 3연패를 한 뒤 네 번째 대국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30여년 바둑을 뒀는데 질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해 자체를 못할 지는 몰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AI 등장으로 바둑계에서는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실력이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초반의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AI 활용 여부에 따라 이들 간의 실력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의미다.
그는 “10년간 프로바둑은 본질 자체가 바뀌었다.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가 있었다.”며 “프로기사들이 AI를 일방적으로 따라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10년 전과 오늘날의 바둑 기사 중 누가 더 뛰어난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세돌 9단은 “비교가 안 된다. 당연히 2026년의 기사가 훨씬 대단하다.”고 답했다.
초반에는 프로 기사 중 절반가량이 거부감에 AI 프로그램을 쓰지 않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AI를 멀리한 기사들이 점차 상위권에서 밀려나면서 오늘날에는 모든 프로 기사가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게 이세돌 9단의 설명이다. 그는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세돌 9단은 2020년 무렵부터 AI의 위압감이 본격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확률은 희박하더라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이후에는 AI가 두는 수에 의문조차 품기 어려워졌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바둑 기사 개인의 개성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요즘은 초반 30수나 많게는 50수까지 AI를 따라간다”며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기사의 개성이나 감정, 스토리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프로 바둑에서 다양성을 찾는 일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과거에는 라이벌과 인연이 쌓이고 거기서 감정도 나왔다. 이에 따라 한 수를 두면서 ‘기풍’이라는 게 형성됐는데 요즘에는 ‘수읽기’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세돌 9단은 “인간의 눈으로 바둑은 무한해 보이지만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한정적이라 발생하는 변화”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한계에 빠진 인간을 발전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AI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세돌 9단은 오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될 행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는 스타트업 인핸스가 마련한 자리로, 이세돌 9단과 AI가 협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세돌 9단이 10년 만에 AI와 바둑을 둔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그는 “대국이라 보긴 어렵다. 이제는 대결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며 “사전에 AI 기술을 살펴보니 말로 코딩해도 알파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20~30분 만에 구현했다. 놀라운 시대”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