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예우 강화 방안 마련할 것"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06일, 오전 05:52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윤여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열매) 회장은 어린 시절 새벽마다 연탄을 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충남 논산의 대지주 운석오의 장손으로 태어난 그는 소위 말하는 도련님이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부친은 집에 일하는 사람이 여럿을 두고도 연탄 교체 일은 윤 회장에게 시켰다. 그는 “선친께서는 새벽에 연탄을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야 일하는 사람의 고마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윤여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현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집 마당 한켠에 큰 솥을 두고 많은 음식을 하고 동네에 사는 어려운 사람들 누구나 음식을 가져가도록 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또렷히 기억한다. 윤 회장은 “조부와 부친 모두 항상 검소하게, 없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살라고 강조하셨다”며 “특히 단순히 말로 가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도록 하셨다”고 전했다.

5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윤 회장은 “사랑의열매는 공적인 기관은 아니지만 공적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내 나이를 생각하면 마지막 공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특히 오랜 기간 공직과 정치권에 적을 두었던 그가 마지막 커리어일 수도 있는 곳이 나눔의 현장이라는 점을 큰 영예로 여긴다고 했다.

그의 나눔은 거창한 기부 경험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윤 회장은 “기자 시절부터 정기 기부를 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기자와 공직자 시절에는 월급만으로는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르침은 삶의 방향을 정하는 기준으로 남았다.

사랑의열매 회장 취임 이후 가장 고민하는 대목은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을 예우하는 방식이다.

윤 회장은 “단순히 언론에 알리는 것을 넘어 더 큰 예우를 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서도 “다만 많은 기부자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의 숭고한 뜻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숙제”라고 덧붙였다.

기업 기부 의존도가 전체 기부의 70%를 차지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현실을 인정했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그런 만큼 대기업을 포함한 소위 ‘가진 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에 나서는 일은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의열매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그늘진 곳에 따뜻함이 닿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 판을 짜겠다고 서두르기보다는 이미 자리 잡은 기부 문화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사랑의열매 회장으로 일을 하면서 ‘경청’을 강조한다. 기부 문화 전문가인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외부 인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니 먼저 배우는 게 순서”라는 말에는 신중함이 담겼다. 나눔의 방식이 디지털로 확장되고, 기부 형태가 다양해진 시대 변화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랑의열매가 그동안 충실히 역활을 해온 덕분에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상당 부분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조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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