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4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록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3.4 © 뉴스1 김도우 기자
국제유가 불안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전날 재고가 없다며 판매를 중단한 주유소가 하루 만에 가격을 300원 인상한 뒤 판매를 재개한 사례가 논란을 낳는 등 기름값 기습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주유소들의 행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시민 A 씨는 "어제 1699원 품절이라고 써 붙여 놓은 주유소가 오늘은 1999원에 가격 올려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었다"며 황당한 가격 인상에 불만을 토로했다.
A 씨는 "정말 휘발유가 품절이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정황만 놓고 보면 기름이 없는 게 아니라 안 팔았던 것 같다"며 "한나절 사이 300원이 오르고 그동안 재고가 없었다는 말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A 씨의 지적에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연들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주유소 불매 지도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사진 찍어서 공정거래위원회나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고 싶다", "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을 낸다고 해도 끄떡없는 기름 업자들", "재고 없는 주유소는 처음 본다", "BTS 공연하는 지역 숙박업소가 폐업 신고하고 이튿날 가격 올려서 다시 문 여는 것과 똑같은 행동" 등 비난을 쏟아냈다.
또 다른 시민은 "원유 가격이 싸게 들어오면 반영하는 데는 몇 달이 걸린다"며 "비싸질 때는 몇시간 만에 가격이 반영된다는 게 대체 말이 되냐. 우리 동네는 이틀 만에 경유가 500원 올랐다"라는 현실적인 지적도 이어졌다.
국제유가 반영 이전부터 가격 올린 주유소들 "시장 가격 교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분쟁이 산유국이 밀집한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 해상 교통이 마비될 경우 아시아 경제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이다.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하며, 최대 수혜국이자 동시에 최대 취약국은 중국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권에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다. 봉쇄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해상 보험료 상승, 선박 우회 운항, 운임 급등 등 2차 비용 충격은 불가피하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정부는 최근 국제 정세를 틈탄 유류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이후 일부 주유소가 국제유가 반영 이전부터 가격을 올린 정황이 포착되자, 정부는 이를 시장 교란 행위로 보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석유 최고가격제' 지정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유가는 통상 약 2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데, 최근 일부 주유소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린 사례가 나타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일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89원으로 전주 대비 7.9% 상승했고 전국 평균도 1834원으로 8.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위기 상황을 악용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어려움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행위는 공동체 원리에 어긋난다"고 밝혔고, 정부는 범부처 석유 시장 점검반을 통해 전국 주유소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khj80@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