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부자” 남친 돈 4억 훔친 여성…경찰서에는 남성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06일, 오후 02:39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여성들을 상대로 재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60억 원 상당의 위조수표를 만든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유지연 부장검사)는 지난 3일 60억원 상당의 수표 수천 장을 위조한 혐의(부정수표단속법 위반)로 A(33)씨를 구속기소했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A씨는 2021년 8월 인쇄소 업자에게 “유튜브 촬영용 소품을 만들려 한다”고 속여 100만원권 수표 5974매를 인쇄해 약 60억원의 위조 수표를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일반 수표와 유사한 재질의 용지를 구해 동일한 크기와 두께로 인쇄하고 포토샵을 이용해 기존 수표의 일련번호를 지운 뒤 무작위로 추출한 57개의 새로운 일련번호를 넣는 방식으로 위조수표를 만들었다.

당시 인쇄소 업자는 가짜수표임을 표시하려 해당 수표 뒷면에 ‘견본’이라는 글자를 새겼지만, A씨는 여기에 자신의 인감도장을 찍어 실제 수표처럼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회사원 신분을 숨긴 채 지갑에 다량의 위조수표를 넣고 다니며 여성들에게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은 사귀던 여성 B씨와의 결별 과정에서 드러났다.

B씨는 A씨의 위조수표 400매(4억원 상당)를 훔쳤고, 지난해 7월 경기 군포시의 한 은행에서 위조수표 5장의 현금화를 요청했다. 은행 직원은 일련번호 오류 등을 파악해 위조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 끝에 B씨는 위조유가증권 행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고, A씨는 위조유가증권 행사 및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A씨에게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으며, B씨는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위조 수표를 제작한 사실은 있으나, B씨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등을 통해 위조수표를 촬영한 영상만 보냈을 뿐 실제 사용하거나 행사한 적은 없었다.

또 검찰은 A씨와 B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보면 두 사람은 해당 수표가 위조가 아닌 진짜라고 전제하고 대화해 B씨가 이를 위조수표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형법은 행사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을 위조·변조하거나 허위 내용을 기재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2008년 컴퓨터 스캔 작업으로 만들어진 위조 이미지 파일은 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판례를 근거로 영상 등으로 제시된 위조수표 역시 법률상 문서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 문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제시한 경우 문서로 보기 어렵다”며 “충분한 법리 검토를 통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인권을 보호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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