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속 시켜라" 구속중 보낸 편지에 덜미…미얀마 로맨스스캠 조직 검거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11일, 오전 10:10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미얀마 소재 범죄단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연애빙자사기)을 저지른 MZ 조직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 조직은 관리책, 인력 모집책, 상담책 등 역할을 세분화한 기업형 범죄 조직으로, 검거된 이들은 귀국 후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 자금세탁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이태순)는 범죄단체가입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A(26)씨 등 9명을 입건하고 5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입건된 조직원 중 4명은 이미 자금세탁 범죄에 가담해 구속된 상태였고, 콜센터 상담책으로 근무했던 1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합수부가 추적 중이다.

미얀마 범죄단지인 ‘KK파크’ 내 로맨스 스캠 조직은 역할을 세분화한 기업형 범죄 조직으로, 일명 ‘원구 대통령’으로 불린 중국인 총책이 운영했다. 중국에서 귀화한 조직원이 미얀마 현지에서 한국인 조직원 통역 및 교육을 담당한 ‘관리책’을 맡았다. 센터에서 근무할 조직원을 모집한 ‘인력 모집책’, 콜센터에서 투자전문가로 행세하며 직접 피해자를 속이는 ‘상담책’으로 구성됐다.

미얀마 소재 범죄조직에서 인력 모집책 및 콜센터 상담책으로 활동했던 A(26)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조직원 급여 정리표.(사진=서울동부지검 합수부 제공)
이들은 기본 월급으로 1500달러(한화 약 220만원 상당)를 받았으며, 피해자들에게 편취한 범죄 금액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로 운영됐다. 조직원 대부분은 20~30대 MZ세대였다.

이 조직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먼저 시작됐다.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한 인력 모집책 B(26)씨가 미얀마 소재 범죄단체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B씨의 진술 거부로 수사는 답보 상태가 됐다.

지난해 6월 합수부는 자금세탁 혐의로 체포한 A씨의 압수물을 분석하던 중 구속 상태인 B씨가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으니, 공범인 상담책 C(26)씨와 D(26)씨도 입단속을 시켜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합수부는 A씨의 휴대전화에서 조직원 급여를 정리한 표도 발견했다.

귀국 후 범죄 자금세탁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B(26)씨가 구속 상태에서 A씨에게 보낸 편지. 진술 거부를 종용하는 내용이 담겼다.(사진=서울동부지검 합수부 제공)
이를 바탕으로 합수부는 편지 속 공범인 C씨와 D씨를 구속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수사를 통해 조직의 전모를 규명했다. 합수부 조사 결과, 조직원 대부분은 미얀마에서 피싱 범행구조와 피해금의 규모 및 흐름 등을 습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귀국 후 국내에 거점을 둔 범죄 자금세탁 조직에 가담해 ‘자금 세탁책’으로 활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피싱 범행 가담 형태가 진화한 것이다.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자금 세탁 중 이른바 ‘장 누르기(대포계좌에 유입된 피해금을 해외 콜센터 지시에 역행해 무단 인출하는 행위)’를 시도해 불법 수익을 반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합수부 관계자는 “미얀마 범죄단체에 유입된 추가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변화하고 발전하는 ‘조직적 비대면 사기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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