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정 상법은 상장·비상장회사는 물론 벤처기업까지 모든 회사에 적용된다. 소각 대상도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뿐 아니라 합병·분할 등 특정 목적으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까지 모두 포함된다. 합병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도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소각 절차는 취득 사유에 관계없이 이사회 결의로 일원화됐다. 기존에는 합병 등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할 때 자본금 감소 절차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 보호절차가 필요하다는 학설과 실무례가 있었다. 개정 상법은 이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로 소각할 수 있다고 명문화해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소각 의무에는 다섯 가지 예외가 있다. △주주 비례·균등 처분 △임직원 보상(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우리사주제도 실시 △법령에 따른 활용(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정관에 사유를 규정한 경우다. 이 다섯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보유 또는 처분이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단순히 ‘보유’만 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에는 △보유 또는 처분 목적 △대상 자기주식의 종류·수·취득방법 △보유 개시시점 및 처분시점 기준 발행주식총수 대비 자기주식 비율의 변화 △예정 보유 기간 △예정 처분 시기 등을 기재해야 하며, 이사 전원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야 한다.
이 계획은 내용 변동이 없더라도 매년 주주총회에서 다시 승인받아야 한다. 수년에 걸친 처분 계획을 한 번에 승인받았더라도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재승인이 필요하다. 연간 주주 구성이 바뀌는 만큼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주주 의사를 매년 새로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작성은 회사의 중요한 업무 집행에 해당하므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해 계획을 정정하는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 반면 자기주식 소각 자체는 보유·처분과 별개 행위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며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에 기재해 주주총회 승인을 추가로 받을 필요는 없다.
예외 사유 중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다섯 번째 사유인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다. 법무부는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을 예시로 제시하면서 법원 판결례를 참고할 것을 권했다. △시설투자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외부자금 조달(부산고등법원 2013나2139) △외국인 투자 유치(서울고등법원 2007나65674) △친환경 신사업 협력 및 안정적 원료조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52067) 등이 경영상 목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개별 사안에서 해당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유를 활용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정관에 해당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반면 자기주식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는 것은 상법상 예외적 보유·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활용이 불가능하다.
개정 상법 시행 전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했더라도 시행 전까지 처분을 완료하지 못했다면 개정 상법의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 제341조의4 제2항 각 호의 예외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처분이 가능하다.
법 시행 전 자기주식을 계속 보유하고자 하는 기업은 소각 유예기간(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열리는 임시 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승인을 받으면 된다. 이번 3월 정기주주총회를 활용하면 되고, 불가피하게 이번 주총에서 못 받더라도 유예기간 내 임시주총을 통해 승인을 받는 방법도 있다.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의 권리도 대폭 제한했다. 회사는 자기주식에 관해 의결권은 물론 신주인수권, 배당권 등 주주로서의 모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기존에는 의결권 제한만 규정되어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자익권 전반이 명문으로 제한됐다.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을 교환 또는 상환 대상으로 하는 사채 발행도 금지됐다. 기존에는 이사회 결의로 교환사채·상환사채 발행이 허용됐으나 이번 개정으로 전면 금지됐다. 자기주식에 대한 질권 설정도 금지된다.
합병·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해 신설·존속·승계회사의 신주를 배정하거나, 자기주식을 합병 등의 대가로 이전하는 행위도 명문으로 금지됐다.
방송·통신·항공사 등 법령상 외국인 지분비율 제한을 받는 회사는 별도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자기주식 소각으로 인해 외국인 지분비율이 법령상 한도를 초과하게 될 경우, 해당 기업은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당 자기주식을 처분하면 된다. 공기업민영화법, 방송법, 신문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자본시장법, 전기통신사업법, 항공안전법 등 7개 법령에서 규정한 외국인 지분비율 제한이 적용되는 회사들이 해당된다.
신탁계약을 통한 자기주식 간접취득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해석이 나왔다. 개정 상법 시행 전에 신탁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시행 후에 실제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부칙의 경과조치상 ‘기존 간접취득 자기주식’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존 간접취득 자기주식으로 인정받으려면 시행 전에 신탁계약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취득되어 시행 당시 수탁자가 보유 중인 상태여야 한다.
상장회사가 자기주식 소각 의무 또는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위반할 경우 해당 이사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비상장회사에 대한 별도 과태료 규정은 없지만, 소각 의무 자체는 모든 회사에 적용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개정 상법 길라잡이가 개정법의 조속한 안착에 기여하여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