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메마른 호흡기를 적시는 다섯 가지 맛의 비밀, '오미자’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12일, 오전 06:43

[홍은빈 영동한의원 진료원장] 환절기가 되면 코안은 바짝 마르고, 목소리는 잠기며, 이유 없는 마른기침이 이어지곤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진액(津液)이 부족해진 상태’라고 부른다. 우리 몸의 점막이 촉촉한 수분막을 잃어 외부 자극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처방이 바로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열매, ‘오미자(五味子)다.

오미자의 핵심 효능은 한 단어로 ’수렴(收斂)‘이다. 수렴이란 밖으로 흩어지는 기운을 안으로 모으고, 새어 나가는 기운을 꽉 잡아주는 힘을 말한다. 비염 환자의 멈추지 않는 콧물을 멎게 하고, 폐 기운이 위로 치밀어 생기는 기침을 가라앉히는 것이 바로 이 수렴 작용의 결과다.

특히 오미자의 신맛은 입안의 침샘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폐와 기관지의 점막에 직접적으로 ’생진(生津, 진액을 생성함)‘ 작용을 한다. 가뭄 든 논바닥처럼 갈라진 호흡기 점막에 미세한 안개 분무를 뿌려주는 것과 같다. 점막이 촉촉해지면 외부 항원에 대한 방어력이 높아져 비염과 천식 증상이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현대 과학도 오미자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핵심 성분인 ’리그난(Lignan)‘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간세포를 보호하고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 탁월하다. 미세먼지와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의 간과 폐를 동시에 보살피는 ’천연 에너자이저‘인 셈이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오미자의 강한 수렴력은 기운을 안으로 가두기 때문에, 고열이 나거나 땀을 내서 감기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감기 초기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산미가 강해 평소 위산 역류나 속쓰림이 심한 분들은 식후에 연하게 희석해 복용하는 것이 좋다.

코끝이 간지럽고 목이 칼칼해지는 계절이다. 커피 대신 붉은빛 오미자차 한 잔을 곁들여보면 어떨까? 다섯 가지 오묘한 맛이 당신의 메마른 호흡기를 촉촉하고 건강하게 적셔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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