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용산서장 "대통령실 오지 않았다면 사고 가능성 적지 않았을까"(종합2보)

사회

뉴스1,

2026년 3월 12일, 오후 09:29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심문 질의에 답하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소리쳐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12 © 뉴스1 최지환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진상규명 청문회를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했다. 첫날 청문회에선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이 참사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조위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34여명의 유가족이 자리한 가운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전 경찰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증인이 출석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대상으로,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정부가 늑장 대처를 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전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지연이 추가적인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지적에 "중대본이 지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간 관 협조 요청 등) 임무는 현장에서 처리돼야 하는 문제고 중대본에서 지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사상 초유의 참사였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평가하기보단 당시의 입장에서 판단해달라"고 했다.

양성우 청문위원이 "행안부는 새벽 2시 30분에 중대본 가동이라고 발표를 했고, 유가족은 그때부터 체계적인 정부 대응이 시작됐다고 이해했을 텐데 실질적인 가동은 9~10시였다"고 지적하자, 이 전 장관은 "환자들 이송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였고, 특별히 중대본에서 처리할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조위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대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수거하느라 이태원에 구청 직원들이 배치되지 않은 것이냐'는 취지의 질의를 진행했다.

박 구청장은 전단지 제거 지시 여부와 관련해 "제거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연락이 왔으니 우리 업무인 것 같은데 전화를 해 보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전단지 제거 지시 경위를 둘러싼 증인들 진술이 엇갈렸다.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사령이었던 조원재 주무관은 "김재헌 비서실장에게서 '구청장 지시사항'이라는 말을 듣고 전단지 제거 작업을 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반면 김재헌 당시 용산구청 비서실장은 "구청장 지시사항이라는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청장에게 전화가 왔다는 정도의 표현은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핼러윈 축제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증언이 나와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최홍균 당시 서울종합방재센터 119종합상황실 상황2팀장은 '핼러윈 축제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축제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대비를 안했냐'는 질문에 "핼러윈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답했다.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12 © 뉴스1 최지환 기자


오전 청문회에선 2022년 5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경찰들의 피로가 누적됐고, 참사 대비 미비로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오지 않았다면 참담한 사고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까"라며 "용산서 직원들이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대응 능력에 저하가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 초기 경찰 대응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지만 이태원파출소와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등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자신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한 '경찰 만능주의 타파'가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 "제가 말했던 경찰 만능주의를 경비부대 배치를 못한 것에 연결시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전 청장은 '이태원 핼러윈데이에 경비 공백이 있었던 것이 맞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 유가족들이 "우리 애가 죽었다"며 오열하자 "위험이 인지되거나 예견됐다면 상응하는 경비 배치가 돼야 했었다"고 답했다.

윤 전 청장은 "당시 경찰청장으로 일련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도의적 책임은 당연히 느끼고 있다"며 "오늘도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배치·운용의 적절성을 따지는 청문회 2세션이 시작하기 전 진술거부권 행사 통지서를 제출하고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장내는 김 전 청장을 규탄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송 위원장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거부인지를 저희가 판단해 고발할 수 있다"고 알렸지만, 김 전 청장은 "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유가족은 김 전 청장을 향해 "왜 안 해", "윤석열과 똑같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특조위는 오후에 긴급 위원회를 열고 김 전 청장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sinjenny97@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