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미수범에 평생 장애...“1억 공탁” 징역 27년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14일, 오전 12:02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4년 3월 14일 일면식 없는 여성을 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여성의 남자친구에겐 평생 장애를 입힌 가해자 A씨(당시 29세)가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50년형에 대해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이날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29)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살인미수 혐의 부분에 살해의 고의가 없이 우발적이었다”며 “항소심 시점에서의 피해자 현재 건강 상태, 치료 경과, 향후 후유증 등을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성폭행 및 살인 미수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 받은 남성 A씨의 모습. (사진=KBS 캡처)
사건은 2023년 5월 13일 오후 10시 56분쯤 대구시 북구의 한 원룸에서 벌어졌다. 당시 배달원 복장을 한 A씨는 우연히 발견한 피해 여성 B씨(당시 23세)를 뒤따라가 B씨의 손목을 흉기로 베고 강간하려 했다. 당시 B씨의 남자친구 C씨(당시 23세)가 곧바로 들어와 A씨를 제지하는 과정에 흉기에 얼굴과 목, 어깨 등을 여러 차례 찔렸다.

두 사람의 피해는 막심했다. B씨의 왼쪽 손목동맥이 끊어졌고, 의사는 100% 신경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나타냈다. 또 C씨는 응급실로 이송된 뒤 중환자실에서 과다출혈로 2~3차례나 심정지가 발생해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20시간 넘게 수술을 받은 뒤 40여 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지능력은 중학생 수준으로 낮아졌고, 얼마 동안의 재활로 온전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C씨는 당장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병원비와 간병비 등으로 이미 2300만 원을 지출했고 이외에도 재활치료와 흉터를 지우는 성형외과 수술까지 하면 추가로 들어갈 병원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상황이었다.

C씨는 사건 후 MBC와의 통화에서 “일상생활 하는 데 이제 지장은 딱히 없는 거 같은데 팔꿈치나 손가락 저림이 심해서 일 자체를 못하고 있다”며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씨 또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심리 상담을 받으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C씨는 “(가해자가) 적어도 30년 이상 형은 받아야 한다”며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 지금까지 쌓아온 일들이 한 번에 다 무너졌다”고 울분을 나타냈다.

조사 결과 A씨는 사전에 범행 계획을 세우고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4일 전부터는 인터넷에 강간, 강간치사, 준유사강간치사, 강간 시도 및 다수의 살인사건 내용을 검색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이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며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B씨와 C씨의 뒷모습. (사진=연합뉴스)
같은 해 12월 1일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더 높은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이는 유기징역 사상 최대 형량이다. 대부분 검찰 측 구형 형량보다 실제 선고하는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매우 이례적인 선고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자신의 그릇된 욕망으로 두 사람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은 A씨에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27년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을 선고했다. 이는 1심 선고보다 23년이 감형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유사한 모방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도 피고인을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강간 범행이 제지당하자 피해자들의 체포를 피해 건물 복도로 도망치며 피해 남성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강간 살인미수 범행에 이른 점, 피고인이 피해 남성을 위해 1억 원을 형사 공탁한 점 등 사유를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의 1심 구형 의견 및 유사 사건 양형 사례 등에 비춰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유기징역형을 가중한 법정 최상한인 징역 50년을 선고한 것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27년 등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형량이 줄어든 이후 고통은 온전히 피해자들의 몫이었다. C씨는 “A씨 측은 합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할 뿐 실제 합의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거짓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A씨 범행으로 다친 부위가 엄청나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1심보다 반토막 난 형량과 함께 A씨가 형을 살고 나와도 50대라는 점에 공분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
2024년 10월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2심 판결을 한 대구고등법원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심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열심히 노력해서 회복한 걸 가해자에 대한 감경 요소로 나와 있다”며 “피해자가 노력한 걸 왜 가해자가 감경받느냐”고 지적했다.

당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또한 “1심 양형이 맞다면 2심 양형은 너무 관대하고, 2심 양형이 맞다면 1심 양형은 너무나 감정적”이라면서 “항소심에서는 1억 원이 공탁된 것 외에 변경된 것이 없는데도 형량은 23년이 줄었다. 법원은 양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양형 이유로 ‘우발적인 범행’이 인정된 것에 대해 “강도 상해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한다면 국민 누가 이해를 하겠냐”며 “추가적인 범행으로 나아가겠다는 작심을 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감에 참석한 정용달 대구고등법원장(현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은 “1심에서 이례적으로 양형을 정한 것”이라며 1심 재판부가 법적 양형 기준보다 과한 양형을 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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