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운 띄운 촉법소년 연령 하향…찬반 의견 첫 격돌

사회

뉴스1,

2026년 3월 18일, 오후 04:52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 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8 © 뉴스1

만 14세 이하 소년도 징역·금고 실형이 가능하도록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야한다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의제를 놓고 정부 첫 공론화의 장이 열린 자리에서 찬반 의견이 오갔다.

논의는 소년범죄 흉포화의 '실체' 여부에서부터 연령 하향이 실제로 범죄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까지 이어지며 신중한 인식이 공유됐다.연령조정보다 교정·치료 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대안도 나왔다.

소년 범죄 흉포화 실체 있나…통계 타당성 쟁점
성평등부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을 논의하기 위한 포럼을 진행했다.

현행 만 14세 미만으로 규정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는 수십년간 이어져 왔지만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정부의 공식 절차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성평등부에 공론화 추진을 주문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소년 범죄의 저연령화·흉악화가 실제 현상인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의 타당성을 둘러싼 의견이 제기됐다.

경찰·검찰·법원과 같은 기관별 통계 기준이 다르고 촉법소년과 범죄소년 통계가 혼용돼 연령 하향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의 '범죄분석'은 (소년보호사건의) 물리적 성비행과 디지털 성비행을 묶어 강력범죄의 성폭력으로 파악한다"며 "성폭력을 제외한 살인, 강도, 방화는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과 검찰 통계에는 촉법소년 관련 건수가 집계되지 않으므로 촉법소년의 범죄가 흉포화됐다는 근거로 사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법원 통계 역시 법무부가 인용한 접수 건수가 아닌 처리 건수의 세부 사항을 봐야 해당 사건의 경중과 행위의 위법 또는 촉법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며 "접수 건수만으로 촉법소년 범죄 증가를 단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비율은 3.8%~4.5%를 차지하는데 이는 소년범죄자의 강력범죄 비율과 유사한 수치"라며 "촉법소년의 강력범죄의 비율이 일반 소년범죄에 비해 특별히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 과거와 달라" vs "근본 해법 아냐"
청소년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 변화 속에서 과거와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이 적확한 대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맞섰다.

정의롬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가 양적, 질적으로 심각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만 14세라는 기존의 기준을 고집할 명분은 크게 약화했다"며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13세로 하향해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법 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덕주 안산 상록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경사는 "현장에서 만나는 가해 소년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경찰을 조롱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전과도 남지 않는 보호처분을 받는 것을 지켜보며 절망한다"고 했다.

반면 김동건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최근 촉법소년 사건 증가 원인은 무인화·자동화와 같은 변화,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의 보급 확대, SNS 이용연령 저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의 하향 조정은 촉법소년 사건 증가 현상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소년 형사재판의 실무 관행상 촉법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질러 기소되더라도 연소자로서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 소년부 송치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촉법소년 사건의 흉포화 방지를 위한 일반 예방적 효과도 사실상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강화보다는 보호·교정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기됐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령 기준의 논의는 엄벌주의의 연장이 아니라 조기 개입의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라는 정책 설계의 문제로 이해돼야 한다"며 "고위험군 청소년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교정·치료·보호 프로그램을 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종영 법무법인 하민 변호사는 "청소년 범죄행위는 가정환경, 보호자의 지도와 감독, 또래 관계 등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일부 보호자들에게 자녀의 생활지도나 감독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동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평등부,국민 여론 수렴 계속…이르면 4월 말 결론
형법 제9조는 만 14세 미만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는 규정에 따라 처분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생일이 지난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만약 이번 공론화를 거쳐 연령을 1세 하향하면 만 13세(생일이 지난 중학교 1학년 학생)도 기존 만 14~18세와 같이 보호처분 또는 징역·금고와 같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성평등부는 이날 1차 포럼에 이어 다음 달 중순 2차 포럼을 열고 제도 현황과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말 연령 논의와 관련한 결론을 지을 계획이다.

성평등부는 앞서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대화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6일 1차 회의를 열었다. 조만간 2차 회의를 열고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참여단을 선발해 수도권과 지역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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