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신학기, 산만한 우리 아이 'ADHD'일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1일, 오전 12:04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해마다 3월이 되면 학교 현장과 상담실은 산만한 아이들로 인해 비상이 걸린다. 수업 시간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거나, 선생님의 지시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면, 선천적인 질환으로서의 ADHD보다 환경적 요인에 의한 ‘유사 ADHD’ 혹은 그 경계선에 놓인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약물 처방이나 질환이라는 낙인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한 공간의 배려와 적응을 위한 인내심 있는 기다림이다.

신학기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산만함은 대개 집중력 그 자체의 결핍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발생하는 심리적 방어 기제인 경우가 많다.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 강화된 규칙, 그리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은 아이의 뇌를 과도한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불안은 아이의 몸을 들뜨게 만들고, 이는 곧 과잉행동이나 집중력 저하라는 겉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즉, 아이의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린 나머지, 정작 수업 시간에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제어 능력을 잠시 잃어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최소화된 ‘배려된 학습 공간’이다. 유사 ADHD 양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주의력이 쉽게 분산되기에, 학습 공간만큼은 최대한 단순하고 정돈되어야 한다. 화려한 장식이나 장난감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차분한 톤으로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가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독립된 영역을 마련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공간이 주는 정돈된 질서는 아이의 불안한 심리를 붙잡아주는 닻 역할을 하며,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모으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물리적 환경의 변화는 아이에게 “지금은 네가 안전하게 집중해도 좋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 된다.

가정에서 부모가 실천해야 할 또 다른 핵심은 바로 ‘기다려줄 수 있는 지혜’다. 긴장으로 꽉 막힌 기혈을 풀어주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주는 과정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급하게 결과물을 요구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다그치기보다, 아이가 자신만의 속도로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묵묵히 지켜봐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이되어 증상을 악화시키지만, 부모의 여유로운 기다림은 아이에게 심리적 안전벨트가 되어준다.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집중의 즐거움을 깨달을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산만했던 행동은 자연스럽게 잦아들고 감추어졌던 본래의 역량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결국 신학기 아이들의 산만함은 더 크게 자라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과 같다. 아이가 산만해 보이는 이유는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느라 온 마음을 다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부모와 교육자가 해야 할 일은 정교하게 설계된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아이의 서툰 적응 과정을 끈기 있게 응원해주는 일이다. 2026년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리 아이들이 긴장의 파도를 넘어 건강하게 한 뼘 더 자라날 수 있도록, 불안의 시선 대신 믿음의 눈으로 아이의 오늘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배려 깊은 공간과 부모의 너그러운 기다림이야말로 아이의 집중력을 꽃피우는 가장 비옥한 토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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